
위기설에 휘말린 롯데그룹이 21일 재무구조 현황을 공개하며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부동산·가용예금만 71조4000억원에 달하는 데다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도 유동성이 충분해 회사채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글로벌 저성장 기조, 중국의 자급률 상승, 신용등급 하락 등 사면초가에 놓인 롯데케미칼의 재무건전성이 단기간 내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거란 게 중론이다.
◆롯데 “안정적 유동성 유지 중…자산 효율화 작업 박차”
롯데그룹은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지난달 기준 총자산은 139조원, 보유 주식 가치는 37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그룹 전체 부동산 가치는 지난달 평가 기준 56조원이며, 즉시 활용 가능한 가용예금도 15조4000억원을 보유하는 등 안정적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현안은 석유화학 업황 침체에 따른 수익성 저하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회사채 원리금 상환을 위한 유동성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기준 롯데케미칼은 가용 유동성 자금은 총 4조원 수준이다.
최근 회사채 관련 위기를 두고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이 일부 공모 회사채의 사채 관리계약 조항 내 실적 관련 재무 특약을 미준수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롯데케미칼이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발행한 회사채 14개에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한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3개년 누적 이자비용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BITA)을 5배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약정을 충족하지 못했다.
롯데그룹은 “관련 조항은 최근 발행한 회사채에는 삭제된 조항으로 롯데케미칼은 사채권자들과 순차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다음 주 중 사채권자 집회 소집공고, 다음 달 중 사채권자 집회 개최를 통해 특약 사항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롯데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그룹 전반에 걸쳐 자산 효율화 작업과 수익성 중심 경영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은 대규모 현금 유출이 수반되는 신규∙경상 투자에 대해 계획을 조정해 현금흐름을 개선하고, 공장 가동 최적화 및 원가 절감을 위한 ‘오퍼레이션 엑설런스’ 프로젝트를 상반기 여수공장에 이어 하반기 대산공장까지 확대 운영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롯데케미칼은 ‘에셋라이트(자산 경량화)’ 전략 방향에 따라 저효율 사업 구조조정, 비핵심 사업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3년 연속 적자 우려에 부채비율도 껑충…건전성 악화 우려 여전
최근 롯데케미칼의 경영환경은 전혀 녹록지 않다. 3년 연속 영업손실이 확실시되고 있는 데다 부채비율도 꾸준히 뛰고 있다.
무엇보다도 최근 석유화학 업황 침체로 롯데케미칼의 경영실적이 꾸준히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과 지난해 각각 7626억원, 347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들어서도 3분기 누적 기준 적자 규모는 6600억원에 달한다. 부채비율도 2021년 48%, 2022년 55%, 지난해 65%, 올해 75%로 가파르게 뛰고 있다. 업계에선 실적 부진, 대규모 투자 부담으로 재무안정성이 나빠진 상황에서, 업황이 반등하더라도 호황기 수준의 수익성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을 바라보는 신용평가사의 시선도 싸늘하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6월 롯데케미칼의 무보증사채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그러면서 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등급 전망이 변경됨에 따라, 롯데지주 통합기준신용도 및 롯데그룹의 유사시 계열지원가능성 판단 변화를 반영해 롯데지주, 롯데물산, 롯데캐피탈, 롯데렌탈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수정했다. 당장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더라도 그룹 전체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질 가능성은 있다.
오현승·이화연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