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니까 가슴이 아프다? "스트레스성 심근증 의심하세요"

옛날 어른들은 속상한 일이 생기면 “내가 심장이 상해 못살겠다”며 가슴을 부여잡고 흉통이나 숨이 차는 증상을 호소하곤 했다. 이러한 모습을 단순히 비유적 행위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러한 증상은 스트레스성 심근증일 가능성이 높다. 

 

스트레스성 심근증은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가 과도하게 쌓였을 때, 심장이 이에 반응하며 발생하는 질환으로, 타코츠보 심근증이라고도 불린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소중한 사람을 잃어 깊은 슬픔에 잠기거나 평소보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가슴 통증이나 호흡 곤란과 같이 심근경색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검사를 해도 심혈관계에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며 단지 심장의 모양과 기능에 일시적인 변화가 생길 뿐이다. 

 

스트레스성 심근증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확실하다. 

전희경 의정부 전희경성모하트내과 원장에 따르면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는 교감신경호르몬을 분비시켜 심장의 박동수를 증가시키고 혈압을 높이며 혈관을 수축시킨다. 

 

전 원장은 “이로 인해 심장 근육이 일시적으로 손상되고 심장의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스트레스의 원인으로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실직, 대인관계에서의 갈등, 심각한 질병 등이 있다. 또한 신체적 스트레스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수술이나 만성 질환으로 인한 통증이 스트레스성 심근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성 심근증의 대표 증상은 가슴 통증, 호흡 곤란, 메스꺼움 등이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과 매우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혼동하기 쉽다. 심전도 검사나 심장 효소 수치 등의 검사에서도 심근경색과 비슷한 반응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심장 혈관에는 아무 이상이 없으며 초기에 심초음파 검사를 시행하면 좌심실의 기능 저하가 관찰될 뿐이다.

 

스트레스성 심근증의 치료는 주로 안정 및 수액 투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대부분의 경우, 증상이 나타난 후 1~2개월 이내에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드물지만 증세가 매우 심각해져 쇼크 상태에 이르는 경우도 있는데 이 때에는 심장 기능을 조속히 회복하기 위하여 스텐트 시술 등이 필요할 수 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특별한 후유증 없이 회복하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다시 재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전희경 원장은 “스트레스성 심근증은 대개 생명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지 않고 심장 근육도 다시 원래의 상태대로 돌아오기 때문에 영구적인 심장 기능 저하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급성기에 진단하여 적절히 치료하고 관리하면 사망률,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 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재발할 위험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 번 이 질환을 경험했다면 이후에는 스트레스를 적절히 관리하고 해소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나만의 스트레스, 감정 해소법을 찾고 필요 시 상담 치료 등을 진행하면 스트레스성 심근증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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