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다음은 로봇 시대] 100년 전 ‘상상’에서 오늘날 ‘현실’이 된 로봇…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100여 년 전 희곡 작품에서 작가의 상상력으로 처음 등장한 ‘로봇’이 오늘날 현실이 된 가운데 인공지능(AI)의 발달로 향후 인간과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시대가 도래하리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세상에 ‘로봇’이라는 단어가 최초로 등장했다. 1925년 체코슬로바이카 극작가인 카렐 차페크의 희곡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Rossum’s Universal Robots)’을 통해서였다. 부품 조립으로 탄생해 단순 노동부터 군사 분야까지 투입된 기계. 상상으로 빚어낸 작품 속 존재들에게 작가가 붙은 명칭은 체코어로 ‘부역’을 뜻하는 ‘Robota’에서 유래한 것이었다.

 

 그리고 2025년, 로봇은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됐다. 공장에서 각종 물건을 만드는 로봇은 이미 예전부터 있어왔고, 식당에서 서빙을 하는 로봇은 더 이상 신기하지 않다. 경비 로봇이 순찰을 도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우리가 직접 보진 못했지만, 수년째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지난해부터 정찰용 로봇개와 전투지원용 로봇을 실전에서 활용 중이다. 한 세기 전 희곡의 내용이 그대로 이뤄진 것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린 국제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를 통해 로봇은 새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행사 기조연설에 나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의 다음 개척지는 피지컬 AI(인공지능)”라고 언급하며 인간 형태의 로봇을 의미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화두에 올랐다. CES에 참가한 삼성∙SK∙LG 등 국내 대기업의 임원들의 발언에서도 ‘로봇’은 빠지지 않았다.

 

최근 CES 행사 중 유니버설 휴머노이드 로봇 H1이 방문객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H1 로봇은 상호작용 기능을 갖추고 있어, 손을 흔드는 등 기본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이 가능해 사람들과의 소통이나 고객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다. 뉴시스

 

 기술 발달과 수요 증가 속에 착실히 몸집을 키워온 로봇산업은 AI라는 순풍에 돛단 듯 급성장이 예상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BCC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산업의 규모는 현재 780억달러(약 114조5000억원)로, 2029년(1650억달러∙약 242조2000억원)에는 지금의 두 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로봇업계도 꾸준히 성장해왔다. 산업통상자원부, 한국로봇산업진흥원, 한국로봇산업협회가 공동으로 지난해 12월 발표한 산업 현황을 보면 2023년 기준 약 10조2568억원 매출을 올렸다(전년 대비 1.7%↑). 수출액도 약 1조2484억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다. 전체 업체(4521개)의 98%가 중소기업(4432개)인 상황에서 분전한 것이다.

 

 관련 학계와 업계에서 15년째 몸담고 있는 한 로봇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근로자 대비 로봇 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라며 “국내 로봇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조업용 로봇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제조업용 로봇은 각 산업 제조현장의 제품 생산에서 출하까지 공정 내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을 의미한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전문서비스용 로봇’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전문서비스용 로봇은 불특정 다수를 위한 서비스 제공 및 전문화된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을 뜻하는데 사업시설관리용, 극한작업용, 의료용, 건설용, 군사용, 여가 및 오락 서비스용 등 오늘날 일상 속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해당 로봇 업체(374개)의 55.7%가 2015년 이후 설립된 가운데 2023년 기준 매출액(13.4%), 수출액(63.4%) 인력(14%) 모두 전년보다 성장했다.

 

 다만 ‘개인서비스용 로봇’ 현황은 아쉽다. 전년 대비 매출액(-2.1%) 수출액(-6.4%) 인력(-6.2%) 모두 감소했다. 개인서비스용 로봇은 인간의 생활 범주에서 제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간 공생형 대인 지원 로봇을 의미하는데 비서 로봇, 가정교사 로봇, 감성교감 로봇 등이 해당된다. 이른바 ‘미래형 로봇’이라는 점에서 향후 반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막을 내린 CES 2025에서 전시된 휴머노이드 로봇 '아리아'.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인간과 자연스러운 소통이 가능한 로봇이다. 뉴시스

 

 로봇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하에 달라질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아직은 대부분 로봇이 ‘수동적’이지만 당장 5년 안에도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로봇이 세계 곳곳의 다양한 분야에서 등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오늘날 모두가 스마트폰을 쓰는 것처럼 훗날 ‘1인 1로봇’이 당연한 일이 될 거란 전망도 있다. 정도와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앞으로 인간의 삶 속에 로봇이 더 깊게 스며들리라는 것만큼은 자명해 보인다.

 

 다가올 글로벌 ‘대로봇시대’, 한국 로봇산업계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한 관계자는 “투자 규모에서 미국과 중국을 따라가긴 어렵다. 국내 업체 간 ‘협업’도 부족한 편”이라면서도 “한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최신 AI 기술이란 힘을 가지고 있다. 특히 서비스로봇 분야에서는 전통적 로봇강국 일본과 독일을 뛰어넘었다고 본다. 아울러 최신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 최적화하고, 개선하는 능력은 로봇이라는 플랫폼을 확대함에 있어 큰 강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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