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꿈은 신기루?… 기대 못 미친 ‘대왕고래’

-동해 가스전 유망구조 1차 시추서 아쉬운 결과
-해외투자 없으면 예정된 2~5차 시추 어려울 듯

1차 시추 결과 대왕고래에 매장된 석유·가스가 경제성이 있는 정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석유공사의 동해 가스생산 시설. 한국석유공사 제공

 

산유국의 꿈은 신기루였나.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가스를 품었을 것으로 기대된 ‘대왕고래’가 경제성 있는 가스전은 아닌 것으로 잠정 분석됐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6일 세종청사에서 “대왕고래의 시추 과정에서 가스 징후를 일부 확인했지만, 그 규모가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0일부터 최근까지 포항 앞바다에서 약 40㎞ 떨어진 대왕고래에 시추선(웨스트카펠라호)을 투입해 탐사시추 작업을 벌여왔다.

 

대왕고래는 동해심해 가스전 개발사업 주체인 한국석유공사가 해양생물의 이름을 붙인 7개 유망구조 중에서도 가장 많은 가스와 석유가 매장되었을 것으로 예상한 장소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며 국민적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시추작업 동안 웨스트카펠라호는 1761m 깊이까지 드릴을 내려 암석을 뚫고 1700개 이상 시료와 관련 데이터를 수집했다. 세계 1위 시추기업 슬럼버거(미국)사도 함께해 채취된 암석과 가스의 성분을 기록·분석했다.

 

초기 분석의 결론은 본격적인 시추에 나설 정도의 경제성은 없다는 것. 이에 정부는 추가 탐사시추는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 시추공을 뽑고 현장에서 철수한다. 오는 5∼6월쯤 정밀 분석 결과가 남긴 했지만 드라마틱한 반전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당초 정부는 이번 1차 탐사시추를 위해 사업 예산 497억을 신청했으나 경제성에 의문을 표한 야당의 주도로 해당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이에 석유공사 사업비로 이번 탐사시추를 진행했으나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하면서 앞으로 추가 탐사시추 진행도 불투명해졌다. 당초 정부는 동해 가스전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20%로 보고 총 다섯 차례 시추를 진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해외 관련 업체의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사업설명회 당시 글로벌 업체들이 상당한 관심을 보였고 해당 업체들은 ‘20%의 확률’을 베팅할 수 있는 수치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 유치에 성공한다면 기업과 의견 교환 통해 추가 시추가 이뤄지는 등 변곡점이 있을 것”이라며 “국민이 허락해 주시면 계속 이어가는 게 자원 개발 생태계 유지에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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