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작스런 주식거래 정지로 투자자들의 원성을 산 효성화학이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4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최근 주식거래 정지의 배경이 된 자본잠식 상태에서 일단 벗어났다. 회사의 캐시카우였던 효성네오캠(특수가스 사업부)을 매각하며 급한 불을 끈 것. 이에 효성화학은 빠른 시일 내 주식거래 정지를 푼다는 계획이지만, 떨어진 신뢰도를 되돌리기까지는 쉽지 않은 길이 예상된다.
지난달 28일 ㈜효성 계열사 효성화학의 투자자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효성화학이 지난해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자본잠식에 빠졌다고 공시한 것이다. 회사는 베트남 법인의 부채 증가 등으로 비지배 지분을 제외한 자본총계는 -680억원, 자본금 대비 비율은 -358.6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효성화학의 주식거래는 연휴가 끝난 이달 4일부터 주식∙채권 거래가 모두 막혔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금이 사실상 기한 없이 묶여버린 셈이다.
효성화학은 처음 자본잠식을 밝히면서 이미 올해 1월말 기준으로 자본잠식이 전액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효성네오켐을 또 다른 효성 계열사 효성티앤씨에 9200억원에 매각한 차익이 1월 반영되면서 자본총계는 3579만원, 자본금 대비 비율은 1897%로 개선됐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완전자본잠식 해소 사실 입증 자료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해 이른 시일 내에 거래를 재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효성화학이 이달 31일까지 자본잠식 해소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실제 상장폐지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언제 정지가 풀릴지는 미지수로 보고 있다. 통상 한국거래소의 심시기간은 15일 정도지만 추가 심사가 이뤄질 경우 2주일 연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신뢰도 하락이다. 최근 3년 연속 대규모 영업손실을 낸 효성화학에 대해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효성화학은 2022년 4088억원, 2023년 3469어원, 지난해 3분기까지 2251억원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연말 자본잠식이 발생할 가능성이 컸음에도 공시 전까지 투자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않은 부분 역시 지적 받고 있다.
이는 향후 주식거래 정지가 풀리더라도 투자자의 마음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과 연결된다. 또 효성화학의 주요 제품인 폴리프로필렌의 중국산 공급과잉과 해상운임 상승 등 회사가 제어하기 어려운 악재가 최근 수년간 지속되는 상황에서 단기간 내 흑자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투자 심리를 흔든다. 결국 회사는 대외적으로 유동성 대응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입장이다.
효성화학은 유휴 자산 매각과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을 통해 적자의 굴레에서 벗어난다는 계획이다. 친환경 소재이자 고부가가치 스페셜티로 꼽히는 폴리케톤의 사업 확대도 그 일환이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