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쿠팡 와우회원에게 제공되는 쿠팡이츠 무료 배달 혜택을 쏠쏠하게 이용해왔다. 그러던 지난해 9월 “지금 가입하면 6개월 무료”라는 정보를 보고 배민클럽으로 갈아탔다. 이제 약속된 6개월이 도래해 배민 앱을 실행하면 첫 화면에 가입을 연장하겠냐는 알람이 뜬다. 와우멤버십을 이미 사용하고 있는 A씨는 추가로 배민클럽을 구독할 필요가 있을지 고민에 빠졌다.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배민)이 업계 1위 품격을 유지하느냐, 2위 쿠팡이츠에 추격을 허용하느냐 갈림길에 섰다.
배민은 지난달 말부터 매출 규모에 따라 중개수수료율을 차등한 상생 요금제를 도입했으며, 쿠팡이츠도 다음달 도입 예정이다. 이 가운데 배민이 다음달 중순부터 포장주문 서비스 수수료를 유료로 전환한다고 선언하면서 소상공인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이러한 틈을 타 쿠팡이츠는 소상공인을 위해 포장주문 중개수수료 무료 정책을 1년 더 유지하기로 결정해 이목을 끌고 있다. 또 배민의 월정액 멤버십 배민클럽이 지난해 론칭과 함께 소비자들에게 3~12개월 무작위로 제공한 무료 이용 혜택도 만기 시점이 도래해 얼마나 많은 이용자가 정착할 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배달 음식 온라인 거래액은 2017년 2조7000억원에서 2023년 26조4000억원으로 10배가량 성장했다. 배달 시장 성장세는 코로나 유행으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된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2023년의 경우 전년대비 0.6% 감소하며 사상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함에 따라 배달앱 3사는 고민에 빠졌다.
그러던 지난해 3월 쿠팡이츠가 1400만명에 달하는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무제한 무료배달 혜택을 제공하면서 지각변동의 신호탄을 쐈다. 쿠팡이츠는 요기요를 제치고 2위에 등극했으며, 이제는 배민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됐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배민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256만명으로 한달 새 1.4% 줄었다. 반면 쿠팡이츠는 2.6% 증가한 1089만명으로 집계됐다.
쿠팡 와우 멤버십 월 구독료는 현재 7890원이다. 기존 4990원에서 지난해 8월 대폭 인상됐지만 쿠팡이츠 무료 배달을 포함해 로켓배송, 쿠팡플레이 등을 이용할 수 있어 바쁜 현대인들의 필수 구독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이에 배민은 지난해 5월 말 월정액 멤버십 배민클럽을 론칭하고 무제한 무료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론칭 초반에는 무료로 시범 운영하다가, 같은 해 9월 유료로 전환했다. 다만 배민은 유료로 전환하기 전까지 다양한 프로모션을 운영하며 짧게는 3개월에서 최장 12개월까지 배민클럽 무료 이용 혜택을 제공했다.
이달부로 6개월 반환점을 돌아 상당수 소비자들이 재가입 기로에 섰거나 이미 만료됐다. 배민은 가입을 유지하면 2000~5000포인트를 지급하겠다는 팝업 알림을 보여주며 발길을 붙잡고 있다. 배민클럽은 정가 3990원이지만, 현재는 프로모션 기간으로 1990원이기 때문에 2000포인트만 받아도 소비자가 이익이다. 배민은 유료 전환 이후 줄곧 1990원을 유지해왔으며, 정상가로의 전환 시점은 결정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배민클럽은 지난달부터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이 가운데 배민은 5년간 무료로 운영해 온 포장주문 서비스까지 유료로 전환하는 강수를 두며 수익성 개선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다음달 14일부터 1건당 6.8%의 수수료를 받고, 서비스 이름도 기존 배달주문에서 픽업으로 변경한다.
이를 두고 업주들 사이에서는 지난달 말 차등수수료를 도입한 의미가 없다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배달앱 업계와 소상공인들은 지난해 배달플랫폼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12차례 회의를 진행한 끝에 매출 규모별로 수수료율을 차등하는 합의안을 마련한 바 있다.
특히 배민의 결정은 쿠팡이츠가 포장주문 중개 수수료 무료 정책을 내년 3월까지 1년 더 연장하기로 한 것과 대조적이어서 눈총을 받고 있다.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와 체결한 상생협의체 상생안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또다시 수수료 인상을 단행하는 배민에 진정한 상생의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배민은 소상공인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탐욕적 수수료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장 서비스 역시 배달 중개처럼 비용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수수료를 받지 않으면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면서도 “배민은 현재 경영난에 처하지 않았고, 상생안을 발표한 직후임에도 포장 수수료 정책을 내놓은 것은 모순적으로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