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산업∙경제 정책 운명은] 대왕고래·원전 정책 어디로? 尹 정부 경제정책 시계제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현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은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 특히 윤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역동경제 로드맵은 힘을 잃었고,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감세 정책 등도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한 윤석열 정부 경제팀은 역동경제 로드맵을 전면에 내세우고 경제정책을 추진해 왔다. 역동경제 로드맵은 잠재성장률 1%대의 저성장 시대에 직면한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경제 역동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생산성 제고를 위해 혁신 생태계를 강화하고, 사회이동성을 개선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자본시장 선진화, 먹거리 물가 안정, 적극적인 통상 정책을 통한 2027년 자유무역협정(FTA) 1위 달성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탄핵 정국과 윤 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해 후속 대책 발표는 뒤로 밀린 상태다. 윤 정부가 막을 내리게 되면서 역동경제 로드맵도 함께 좌초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왕고래 프로젝트 시추선 웨스트카펠라호 전경. 한국석유공사 제공

 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대왕고래 프로젝트도 존폐 기로에 섰다. 윤 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해 대표적인 윤석열표 에너지 정책으로 불린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오는 7월 우선협상대상자와 본격적으로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첫 탐사 시추에서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한데 다가 윤 전 대통령 파면으로 추진력까지 잃어 적신호가 켜졌다. 이 사업은 정부가 탐사시추를 위한 예산을 편성했으나 2025년도 예산안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처리되는 과정에서 총 예산 505억원 중 497억원이 감액되기도 했다. 

 

 부동산세∙법인세∙상속세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감세 정책도 폐기될 것으로 점쳐진다. 윤 정부는 법인세 인하,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시장 친화적 감세 정책을 통해 민간 투자 활성화와 경제 활성화를 꾀했다. 하지만 후속 세제 개편을 추진하기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그동안 야당은 감세가 부자 감세라고 비판해왔다. 또 윤 정부에서 세수 펑크가 발생한 만큼 차기 정부는 세수 기반 확충에 힘쓸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올스톱 됐다. 윤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역동경제 로드맵을 비롯해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감세 정책 등이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0일 경북 울진군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서 열린 신한울 원전 1∙2호기 종합준공 및 3∙4호기 착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원전 정책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 윤석열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자력 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폈다. 2022년 7월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 재개가 결정됐고, 지난해 9월 공사가 시작됐다. 또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끝나는 한울 1∙2호기 등 원전 10기의 계속운전 절차도 개시됐다. 해외 원전 수주에도 공을 들여 약 24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2기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친원전 정책으로 활기를 띄었던 원전 생태계는 향후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정권 교체 시 원전 축소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야당 내에서도 문재인 정부 때처럼 원전을 전면적으로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 정책의 향방도 관심을 끈다. 윤 정부는 윤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임대차 2법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임대차 2법은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임대차 계약 후 1회에 한해서 2년을 추가 연장할 수 있고 임대료 상승폭을 직전계약의 5%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문재인 정권 때 도입됐으나 윤 대통령은 전셋값 상승 등 부작용을 불러온다며 폐지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민주당은 임대차 2법 폐지 시 전셋값이 더 상승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업계에서 공급 활성화 및 재건축 사업성 확보를 위해 요구해 온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도 실현이 어려워졌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재건축으로 조합이 얻은 이익이 기준 금액을 초과하면 그 금액의 일부를 정부가 환수하는 제도다. 정부는 건설 자잿값 인상 등으로 재건축이 활기를 잃자 공급 유인책으로 폐지안을 내놨으나 야당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었다.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는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 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반대해왔던 야권 역시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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