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젠가는 반드시, 꼭!”
지난 20일 남양주체육문화센터. 세계복싱협회(WBA) 라이트급 아시아 챔피언 최시로(본명 시로치베크 이스마일로프)는 일본의 강자 요시노 슈이치로를 11라운드서 TKO 승리를 거뒀다.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것. 국내 복싱 전문가 KBM 황현철 대표는 “최시로가 요시노를 꺾고 아시아 챔피언 자리를 지켰다. WBA 세계랭킹 TOP15(5월 2일 발표 예정)에 진입할 것”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과정 없는 결과는 없다. 이 놀라운 승리는 단 한 순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최시로의 여정은 드라마 그 자체였다.

최시로는 우즈베키스탄 국가대표 출신이다. 아마추어 시절 독립국가연합(CIS) 종합경기대회 57㎏급서 은메달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가장 큰 전환점이 된 것은 2023년 5월,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진행한 FW1 프로모션 최완일 대표와의 면접이다. 면접을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은 그는 같은 해 7월,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최완일 대표는 최시로를 단순한 외국인 복서가 아닌,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최시로는 단지 유망한 복서가 아니라, 인생 전체를 걸고 한국에 온 청년이었다. 내가 아버지의 마음으로 함께 살며 훈련하고, 삶까지 함께 책임졌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시로치베크 이스마일로프’는 한국 이름 ‘최시로’로 새 삶을 시작했다.

FW1은 단순한 복싱 체육관이 아니었다. 최시로는 이곳에서 하드 트레이닝과 함께 면역력 강화 훈련, 체계적인 피지컬 관리를 통해 완전히 다른 선수로 거듭났다. 최시로는 “1, 2번째 경기가 가장 힘들었다. 특히 첫 시합은 위기감까지 느꼈다. FW1에서의 시스템 훈련 덕분에 신체적으로 강해졌고, 실력도 눈에 띄게 올라갔다”로 털어놨다.
실제로 무시무시한 발걸음을 자랑했다. 2023년 7월 대한민국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 이후 10전 전승, 그 중 7경기를 KO로 끝내며 무패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2024년 7월에는 KBM 라이트급 한국 챔피언에 올랐고, 같은 해 10월에는 8승 무패의 오지섭을 2회 KO로 제압하며 WBA 아시아 챔피언 자리에 등극했다.

이번 타이틀 방어전 상대였던 요시노 슈이치로는 WBO 아시아태평양 및 OPBF 통합 챔피언 출신이다. WBC 세계 타이틀 도전자 결정전에서 샤쿠르 스티븐슨에게 패한 경력을 지닌 베테랑이다. 그럼에도 최시로는 10라운드에 다운을 빼앗고, 11라운드에 TKO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최시로는 “지금 목표는 WBA 라이트급 세계 챔피언 저본타 데이비스다. 아직은 그와 싸울 실력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곧 그의 레벨에 도달해 반드시 이기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최시로는 이제 단순한 외국인 복서를 넘어, 한국 복싱 역사에 남을 ‘세계 랭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가 앞으로 쓰게 될 세계 타이틀 도전의 서사는, 대한민국에서 시작된 ‘가족 같은 훈련 시스템’과 ‘부자 같은 동행’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가 지켜낸 아시아 타이틀은 시작에 불과하다. 세계로 시선을 돌린다. 한국에 입국한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시민권을 얻어 (한국) 군대에 가고 싶다”라며 한껏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