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경제에 저성장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0.2%로 뒷걸음질 쳤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GDP는 전 분기보다 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분기(-0.2%) 이후 3분기 만에 다시 한 번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좀처럼 경제 회복을 못 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 –0.2% 역성장을 기록한 이후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는 각각 0.1%씩 성장하는 데 그쳤다. 우리나라 성장률이 4분기 연속 0.1% 이하를 기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없었던 이례적인 일이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1분기 실질 GDP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라면서 “건설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이슈들이 발생했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 미국 통상 정책 불확실성이 소비와 투자 둔화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민간소비는 오락문화, 의료 등 서비스 소비 등의 부진으로 0.1% 감소했다. 정부소비는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이 줄어 0.1% 줄어들었다. 투자부문에선 건설투자가 건물건설 등을 중심으로 3.2%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가 줄어 2.1% 감소했다. 수출은 화학제품, 기계 및 장비 등이 줄어 1.1% 감소했으며 수입은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류를 중심으로 2.0% 하락했다.
이 국장은 “당초 예상은 1월엔 정치적 불확실성, 조업일수 감소, 기상 여건 악화를 반영해 크게 부진했다가 2월, 3월로 오면서 경제 심리 개선에 힘입어 회복 흐름을 기대했다. 최근 우리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고성능 반도체의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하지만 정치적 불확실성 정도가 이전보다 컸고 기간도 길었다. 지난달에는 미국 관세 정책으로 인해 대외 불확실성도 커지고 예상치 못한 사건도 터졌다. 경제 심리지수가 지난달 재차 하락하면서 하방 압력을 더했다”고 밝혔다.

올해에도 한국 경제가 여전히 침체의 늪에 빠지며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도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2월 한은은 올해 1분기 전망치를 0.2%로 내놨는데 0.4%포인트나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더불어 1.5%로 전망한 올해 우리나라 연간 경제성장률 역시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7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서 글로벌 통상 환경이 바뀌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이 총재는 “1분기에 생각했던 것보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지체되면서 소비를 비롯한 내수가 많이 부진했다. 최근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정치적 불확실성 지수가 많이 내려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일상적인 상황으로 내려오지 않았기에 당분간 영향이 지속될 것이다. 올해 성장률에 관세 영향까지 더해져서 다음 달에 발표할 연간 성장률이 상당히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질 국내총소득(GDI) 역시 0.4% 감소해 실질 GDP 성장률(-0.2%)을 하회했다. 실질 국내총소득은 실질 GDP에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 무역 손익을 감안한 것이다. 국내에서 생산된 최종 생산물의 실질적인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