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랫폼을 옮겨 돌아온 ‘약한영웅2’가 공개와 동시에 글로벌 흥행에 시동을 걸었다.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약한영웅 Class 2(약한영웅2)’는 친구를 위해 폭력에 맞섰으나 끝내 지키지 못한 트라우마를 안고 은장고로 전학 간 모범생 연시은이 더 큰 폭력과 맞서면서 벌어지는 처절한 생존기다. 인근 학교들이 맺은 일명 ‘연합’과 연시은과 박후민이 소속된 은장고의 갈등을 중심으로 한다.
2022년 신예 감독과 배우들의 시너지는 진정한 ‘약한영웅’을 탄생시켰다. 당시 ‘약한영웅’은 OTT 화제성 드라마·시리즈 부문 4주 연속 1위(2022년 12월 2주차 기준), 웨이브 유료 가입자 견인 1위를 기록하며 레전드 작품을 남겼다.

그리고 3년 후, ‘약한영웅’의 두 번째 반란이 시작됐다. 웨이브에서 넷플릭스로 플랫폼을 옮긴 만큼 글로벌 시청자의 반응도 즉시 따라왔다. 27일 글로벌 OTT 플랫폼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약한영웅2’는 공개 하루 만에 총점 708점을 얻어 넷플릭스 TV쇼 부문 글로벌 2위에 올랐다. 한국을 비롯해 태국·말레이시아·베트남 등 아시아권 1위를 차지했고, 프랑스, 미국, 영국 등의 순위에서도 톱10에 올랐다.
두 시즌을 비교하자면 결 자체가 다르다. 시즌1이 웹툰 각색해 탄생했다면, 시즌2는 웹툰의 내용을 다룬다. 또한 지난 시즌, 학교 폭력과 따돌림, 거기서 시작된 진한 우정의 이야기로 감성과 액션을 적절히 녹였다면, 시즌2는 학원 액션에 방점을 찍었다. 연시은과 오범석, 안수호의 눈물젖은 서사를 떠올린다면 이번 시즌은 다소 투박하고 매우 남성적으로 느껴질 지도 모른다. 특히 연합과 은장고 학생 백 여 명이 맞붙는 빗속 혈투는 보는 이들의 손에도 땀을 쥐게 한다. ‘현실성’을 놓고 본다면 전형적인 학원액션물의 낭만을 온전히 담아냈다.

동시에 지난 시즌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뼈아픈 성장통을 겪고 더 단단해진 연시은은 친구를 지키기 위해 또 한 번 몸을 던진다. ‘데미안’에서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넘어온 오프닝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내포하고 있다. 유수민 감독은 “하나의 이야기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접근법이 미세하게 다르다”고 강조했다.
다만 원작을 보지 않은 시청자라면, 과거 절친했던 박후민(려운)과 나백진(배나라)이 왜 적대적 관계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하다. 박후민과 고현탁, 시은과 준태가 끈끈해지게 된 과정도 매끄럽진 않다. 269화 분량의 원작을 담기엔 8화의 분량이 짧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뿐만 아니라 고등학생으로 보기엔 다소 어색한 일부 배우진의 성숙함에 초반 몰입이 어렵다.
그럼에도 약한영웅이 가진 세계관을 탄탄하게 만든 건 배우들의 열연이다. ‘약한영웅’은 아역 배우로 시작해 귀엽고 상큼한 이미지의 아이돌 멤버로 데뷔했던 박지훈의 이미지 변신을 가능하게 한 작품이다. 지난 시즌 박지훈은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눈빛과 처절한 액션으로 자신의 대표작을 갈아치웠다.
이번 시즌 연시은의 내면은 더 단단해졌다. 작고 연약해보이는 ‘약한영웅’ 연시은의 무기는 브레인이다. 필통에서 순식간에 펜을 꺼내 상대를 찍어 누른다. 화분, 옷, 심지어 안경까지 무기삼아 처절한 싸움을 펼친다. 수호(최현욱)를 끝내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억눌리면서도 싸우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이유 없이 당하는 준태(최민영)을 위해 다시 태풍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그렇게 다시 친구를 만들고, 친구를 지키기 위한 싸움에 나선다.

그의 곁을 지켜준 건 “싸움 금지”를 외치며 은장고의 질서를 책임지는 정의로운 대장 박후민(려운)이다. 려운은 ‘꽃선비 열애사’, ‘반짝이는 워터멜론’, ‘나미브’ 등 지금껏 맡아온 주연작과는 180도 다른 이미지 변신에 도전했다. 우렁찬 목청과 통쾌한 액션신, 그리고 짠한 눈물까지 배우 려운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어디서 본 적 있는’ 배우들의 연기 배틀이 펼쳐진다. ‘D.P. 시즌2’에서 성소수자 탈영병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배나라가 나백진 역을 맡아 악역이 가진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오징어 게임2’를 제친 넷플릭스 ‘엑스오, 키티’에서 키티의 첫사랑 대로 분한 최민영이 박준태를 맡아 약한영웅의 이미를 되새긴다. 태권도 선수 출신의 이민재는 박후민의 의리파 절친 고현탁으로 분해 든든한 존재감을 발산했고, 최효만 역의 유수민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시즌1 시청자라면 오범석(홍경)과 안수호의 등장은 눈물나게 반갑다. 특별출연의 정석을 보여준 조정석, 과연 특별출연이 맞을까 의심스러운 이준영의 열연도 돋보인다. ‘D.P.’, ‘마스크걸’, ‘폭싹 속았수다’까지 넷플릭스 전문 배우로 거듭난 이준영은 극 중 금성제로 분해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매 작품 기대 이상의 몫을 해내는 배우다.
지난시즌 박지훈을 비롯해 배우 최현욱과 홍경 등 주연 배우들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를 발판삼아 이제 어엿한 주연급 배우로 성장한 만큼, 시즌2 주연진의 성장에도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