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축은행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이 교보생명에 매각되는 가운데 저축은행 인수합병(M&A)이 본격적으로 이뤄질지 관심이 커진다. 최근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M&A 규제를 완화했지만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달 28일 이사회에서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내년 10월까지 단계적으로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SBI저축은행의 최대주주인 일본 종합투자금융그룹 SBI홀딩스로부터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인수금액은 약 9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1말 기준 총자산 14조289억원, 자본총계 1조8995억원, 거래 고객 172만명을 보유한 업계 1위 저축은행이다. 최근 저축은행 업계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도 지난해 808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SBI저축은행은 PF 대출을 거의 취급하지 않으며 건전성 관리에 힘썼다.
교보생명은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다른 금융 지주사와 비교할 때 포트폴리오가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저축은행 인수 추진으로 교보생명은 포트폴리오 강화와 함께 금융지주사 전환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이 SBI저축은행의 지분을 매입하지만 당장에 큰 변화는 없다. 김문석 SBI저축은행 대표이사는 최근 임직원들에게 사내 메시지를 통해 “지분의 일부 변화가 있지만 경영은 기존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알린 바 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큰 변화는 없다. 인력, 조직, 경영 방침에 대해서는 교보생명도 변화를 가져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일로 교보생명의 선진화된 시스템을 우리가 활용할 수 있고 SBI저축은행이 하던 일이 교보생명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당장에 내부적으로 큰 변화는 없지만 서로 도움이 되는 부분은 있다”고 짚었다.
저축은행업계는 이번 매각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는 측면에서는 모범 사례라고 보인다. 저축은행 M&A에 상징적인 의미가 될 수 있다. 경영 전략의 판단에 따른 M&A이기 때문에 모범적인 사례”라면서 “교보생명이 업계에 합류하면서 저축은행들의 이미지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만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업계 1위의 매각으로 저축은행 M&A가 활발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최근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업권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M&A 허용 기준을 완화한 바 있다. 부실 저축은행 기준을 적기시정조치 대상에서 최근 2년 이내 자산 건전성 계량지표 4등급 이하로 범위를 변경했다.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역시 9% 이하에서 11% 이하로 조정했다.
업계는 M&A 규제 완화가 저축은행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부동산 PF 부실 문제로 연체율이 높아진 상황에서 섣불리 몸집을 불리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업계 2위 OK저축은행이 상상인저축은행에 이어 페퍼저축은행의 인수를 검토했다. 하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2023년부터 계열 저축은행의 매각을 추진해왔던 상상인그룹은 OK저축은행과의 매각가 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