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탄핵소추안 상정으로 사퇴하면서 경제 사령탑 자리가 공석이 됐다. 한미 통상협의 대응 등을 이끈 최 부총리의 사퇴로 당장 대외 신인도 충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나아가 최 부총리의 사임은 경제 리더십이 공백이 되면서 미국의 관세 압박과 내수 부진 등 국내외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일 오전 0시부터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무거운 책무를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대선을 한 달 앞둔 기간이라 공정한 선거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사회부총리까지 대통령 대행의 순서가 내려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상 초유의 대대대행 체제다.
특히 최 부총리가 사임하는 과정에서 외국 투자자들이 꺼리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자 갑자기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고, 최 전 부총리는 탄핵안 표결 전에 사표를 제출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 탄핵 등을 거치는 과정에 외국 투자자들의 불안을 겨우 진정시켰는데 이번 일로 다시 확대될 수 있다.
당시 최 부총리 등 경제팀은 대외 신인도 관리에 적극 나섰다. 비상계엄에 놀란 주요국 재무장관, 국제기구 총재, 글로벌 신용평가사 등에 한국의 정치·경제를 포함한 모든 국가 시스템은 종전과 다름없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설득했다. 그 결과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15일 한국의 장기 국가신용등급을 종전과 같은 AA로 부여했다. 등급 전망도 기존과 같은 안정적(stable)을 유지했다. 특히 신용평가사들이 정치적 안정성을 중요 요소로 여기기 때문에 앞으로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F4 회의체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최 부총리 주도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그간 금융발 대형 악재가 발생 때마다 시장 연착륙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최 부총리의 사퇴로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이 대신 참석하면서 무게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김범석 직무대행은 당초 예정된 물가차관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우리 경제 전반을 점검하고 경제팀 혼란을 잠재우기 위한 일정에 들어간다. F4회의 직후 1급 이상 회의, 확대간부회의 등을 주재할 예정이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