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달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 테마주가 급등락하면서 투자 경고 종목이 역대 최대로 늘어났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시장경보제도상 투자경고 종목 지정 건수는 총 56건으로 월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11건)과 비교하면 5배에 달한다.
시장경보제도는 소수 계좌에 매매가 집중되거나 주가가 일정 기간 급등하는 등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 거래소가 투자위험을 고지하는 제도로,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 3단계로 구분된다.
투자경고 종목은 지정 후 추가로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 거래가 정지될 수 있고, 투자위험 종목은 지정 당일 1일간 거래가 정지된다.
투자경고 종목 지정 건수는 지난 1월 20건에서 2월 16건, 3월 6건으로 줄었지만 4월 들어 56건으로 증가했다.
또 지난달 투자주의 종목 지정 건수는 330건으로 지난해 동기(113건)의 3배 수준으로 늘었다.
투자위험 종목 지정 건수도 3건으로 지난해 동기(1건)의 3배로 증가했다.
지난달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 이후 조기 대선 기대감에 주요 대선 후보 관련 테마주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다 불출마 선언 및 경선 탈락에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지정된 투자경고 종목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관련 테마주인 형지글로벌, 형지엘리트, 상지건설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테마주인 평화홀딩스,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 후보 테마주인 아이스크림에듀, 한동훈 전 국민의힘 경선 후보 테마주인 태양금속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재명 후보 테마주로 꼽히는 형지엘리트는 지난달 15일 14% 올랐던 주가가 하루 만에 12% 급락했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27%나 급등했지만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자 지난 2일 9% 넘게 떨어지며 급등락을 반복했다.
정치테마주는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빚투’가 급증하는 등 과열된 투자 열기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신용융자) 규모는 약 16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회사로부터 돈을 빌리는 신용융자는 올 1월 초 대비 약 6000억원 증가했다. 신용잔고비율이 가장 높은 종목 상위 5개 중 4개가 정치·정책 테마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대선을 한 달 앞두고 급변하는 정치 상황에 따라 정치 테마주가 요동을 치면서 투자자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특별 단속을 확대하며 불공정거래 감시를 강화하고 나섰다.
지난 2일 금융감독원은 12·3 비상계엄 선포 후 가동중인 특별단속반을 확대하고, 오는 7월 말까지 집중 제보기간을 운영키로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정치 테마주 평균 자산 총액은 코스피 4317억원, 코스닥 994억원으로 시장 평균 대비 각각 12.8%, 49.7% 수준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은 코스피·코스닥이 각각 180.3%, 64.3%이며, 11개 종목에서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거나 부분 자본잠식인 등 재무구조가 취약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4일 탄핵 선고 등 정치적 이슈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매우 높아진 상황”이라며 “특별한 이유 없이 주가가 단기간에 이상 급등하거나 거래량이 급증하는 종목의 경우 테마 소멸시 주가 급락으로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니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 테마주는 기업의 실적 등 본질적 가치와 무관하게 단순히 정치인의 학연·지연 등 인적 관계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할 수 있으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투자자를 현혹시킬 수 있으니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