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국 밖에서 제작되는 수입 영화에 100% 관세를 물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영화산업 지원에 전통 제조업 부흥책과 같은 구호를 꺼내들었지만 영화가 일반 상품처럼 항구를 통해 물리적으로 이동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관세를 부과할지는 불명확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무부와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외국에서 제작된 모든 영화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는 절차를 즉시 시작하도록 승인할 것”이라는 내용을 소셜미디어 트루스쇼셜에 올렸다.
영국과 캐나다 등 외국 정부가 미국의 영화 제작사들을 상대로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하면서 자국으로 유인하는 현상이 미국의 영화산업에 타격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최고의 흥행작으로 꼽히는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캐나다에서 촬영됐고, 올여름 블록버스터로 기대되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도 대부분 미국 바깥에서 촬영됐다.
영국 런던은 할리우드 영화 촬영지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디즈니 마블 스튜디오는 2편의 어벤져스 속편을 런던에서 촬영하고 있다.
미국 CNN은 이미 미국 영화와 드라마가 미국 외 지역에서 촬영되고 있기 때문에 외국산 영화에 관세를 부과해도 할리우드 스튜디오 사업이 쉬워지는 것은 아니라고 전망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할리우드는 올해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 일원에 닥친 파멸적 산불 재난 때문에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제작사, 카메라 운영사, 의상 디자인사, 음향 기술사 등이 할리우드의 기존 체계를 재건하는 대신 외부로 떠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할리우드를 비롯한 미국 내 여러 지역이 황폐화되고 있다”며 “이는 다른 국가들의 협력해서 한 일로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영화관보다는 집에서 영화를 보는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시청 습관이 바뀌어 박스오피스 수입이 크게 줄었다.
미국 박스오피스 수익은 2018년 120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에는 20억 달러를 약간 넘는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후에도 개봉 편수가 2019년의 절반 정도에 머물렀고, 총 수익이 90억 달러를 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지시에 따라 상무부와 USTR은 외국 영화를 미국에 수입하는 것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보기 위해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거한 조사가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무역확장법은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부과 등으로 수입을 제한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