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 간 전면적인 관세 인하 합의는 어떤 식으로든 국내 산업계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두 나라가 화해 모드와 함께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면서 이들 나라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우리나라 역시 대응 방안은 물론 환경도 수시로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 양국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미·중 휴전으로 번 시간을 활용해 우리에게 긍정적인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몰라”… 상황 예의주시하는 업계
우선 업계에서는 각자 득실을 따지며 향후 상황을 지켜보는 모양새다. 수출입 물류 플랫폼 트레드링스 이민성 글로벌마케팅팀 매니저는 “화주 기업과 선사, 포워더 등 운송 업계와 두루 소통하는 입장에서 모두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살피고 있음이 느껴진다”며 “일부 기업은 공장 이전 등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양국이 최근 90일간 관세를 115% 포인트씩 인하하기로 합의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 행정부는 수시로 정책을 바꾼 전례가 있어 예상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 매니저도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하루 사이에도 결정을 뒤집는 모습을 보였지 않은가. 또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며 “결국 업계는 전반적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전은 예정된 수순… 한국도 대선까지 시간 벌었다”
극단으로 치닫던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이번 휴지기로 한국도 귀한 시간을 벌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시장의 50~60%가 중국산 제품인 상황에서 미국이 언제까지 고자세로만 나설 수 없기에 양국의 휴전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봤다”며 “양국의 협상을 통해 미국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한 뒤 우리도 미국과의 협상에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은 현재 대통령 부재 상태로 정상 간 협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6.3 대선 이후에는 당선자가 나설 수 있다. 김 교수는 “일단 대선이 끝나면 직접적인 협상이 가능해진다. 그때 중국을 힌트 삼아 관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책을 들고 미국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사이익 기대는 일단 무산… “LNG, 조선 활용한 협상 필요”
미국의 천문학적인 대중 관세 부과로 반사이익을 기대했던 업계에는 실망스러운 소식이 될 수 있다. 가전, 자동차, 배터리 등 중국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부문이 그렇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우리가 중국에 비해선 (관세율이 낮아) 이점이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양국 간 깜짝 빅딜로 큰 기대를 할 수 없게 됐다”고 짚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과 동맹의 가치를 부각시키며 액화천연가스(LNG), 조선 등을 협상을 지렛대로 삼아 관세 인하와 같은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황 교수는 “LNG 협력, 조선업 등 한국이 내줄 수 있는 카드를 내밀면서 이를 기반으로 파격적인 관세율 인하 등 얻어낼 수 있는 걸 최대한 얻어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력 수출품 반도체는 큰 영향 없을 듯”
국내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란 분석도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물건과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게 이미 거의 분리돼 있었기 때문에 양국의 관세 정책이 한국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거라고 분석해 왔었다”면서 “이번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인하 합의에도 한국 반도체 업계로선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은 전기·전자 제품에 대한 최종 수요는 많지만, 반도체 자체에 대한 수입은 많지 않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관세 정책 때문에 대미 수출이 줄어든다는 염려는 크지 않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