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 정기예금에 묶였던 돈이 대거 움직이고 있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20일 금리 인하로 은행에서 주식, 가상자산, 금 등 대체 투자처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을 분석하고 은행권이 대응해야 할 방안을 짚어봤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정기예금 계좌 수는 지난해 말 기준 총 2314만7000개로, 지난 2019년 말(2272만7000개) 이후 5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로 나타났다. 예금에 돈을 넣어도 이자가 크지 않다보니 통장을 대거 해지한 것으로 보인다.

2023년부터 정기예금 해지 계좌가 늘면서 그해 437만7000개가 사라졌고, 지난해엔 600만개가 해지됐다. 최근 2년간 1000만개 넘는 정기예금 계좌가 사라졌다.

은행에서 나간 자금은 주식과 금, 가상자산 시장 등으로 옮겨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시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 말 기준 57조5476억원으로 지난해 말(54조2427억원)보다 약 3조원 증가했다. 이달 들어서도 56조원 수준에 달한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에도 투자 자금이 대거 쏠렸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 등 3곳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조102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월 말(6101억원) 대비 4924억원(80.7%) 급증한 수치로,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국제 금값은 지난달 22일 현물 기준 온스당 3500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현재는 3200달러 초반에 가격이 형성됐다.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도 100조원을 넘기면서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이날 발표한 2024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말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107조7000억원으로 같은 해 6월말(56조5000억원) 대비 91% 늘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가상자산 시장 육성에 적극 나서면서 비트코인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날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는 전날 대비 0.67% 오른 1억496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하반기에도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올해 하반기 비트코인이 올 초 급등세를 보였던 금보다 더 큰 수익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니콜라오스 파니지르초글루 JP모건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 보고서에서 “2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금이 비트코인을 대체해 상승했지만 최근 3주 동안은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해 상승했다”며 “가상자산과 관련한 상승할 포인트가 많아 올해 하반기엔 금보다 비트코인이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예금 감소 현상이 심화되면서 미국 은행권에선 인공지능(AI) 활용으로 이러한 현상에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영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은행은 금리 변동에 민감한 단기자금의 급속한 이동으로 유동성 리스크가 증가해 AI 기반의 예금 유치 전략을 마련했다”며 “AI를 활용해 금리에 민감한 고객 이탈을 방지하고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등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