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무브 게이트 열렸다] 은행 떠난 뭉칫돈…해외주식·ETF·코인으로 갔다

- 1분기 해외주식 거래액 54% 증가
- ETF 시장도 1년 만에 46조원 성장
- 코인 예치금, 새 수익창출 수단으로

최근 낮은 금리에 은행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이탈 자금은 해외주식과 가상자산 등 수익률이 더 높은 대체 투자처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 원화와 달러화가 놓여있다. 뉴시스

 

계속 내려가는 금리에 실망한 소비자들이 대거 은행 계좌를 해지하고 있다. 이렇게 빠진 자금은 해외주식과 가상자산 등 수익률이 더 높은 대체 투자처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거래 금액은 1572억달러(약 220억원)으로 전년 동기(1027억달러)보다 54% 늘어났다. 금리 인하가 시작되던 지난해 4분기에는 1845억달러(약 260조원)이었다. 순매수한 해외주식은 총 152억8803만달러(약 21조원)어치로 같은 기간(58억2457만달러)보다 162% 급증했다. 특히 지난달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약 37억달러(한화 5조2528억원)에 달한다. 이는 3월 순매수액(41억달러)의 약 90% 규모이자, 2월 순매수액(30억달러)을 뛰어넘는 규모다. 국내 증시 투자자예탁금(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둔 자금)은 54조~56조원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도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말 140조원 규모였던 ETF 시장은 올해 1분기 말 186조원으로 1년 새 46조원 성장했다. 지난 13일 기준 197조원까지 늘어나 200조원 돌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전체 수신액은 지난해 3분기 1026조원에서 올해 1분기 1107조원으로 약 81조원 늘어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전후로 가상자산 투자 심리도 높아졌다. 가상자산 일평균 거래대금은 17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10월(3조4000억원)의 5배 수준까지 뛰었다. 특히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이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 치우면서 상당한 자금이 유입됐다. 트럼프발 무역 분쟁 등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국내 가상자산시장은 향후 현물 ETF 도입, 법인 실명계좌 발급이 허용돼 법인 자금이 유입될 경우 시장 규모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제공하는 예치금도 새로운 수익 창출 수단으로 떠올랐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다. 가상자산거래소 예치금은 적금, 정기예금과 달리 입출금이 자유롭고 은행 이자율처럼 설정된 이용료율은 일반예금 금리보다 높아 파킹통장과 비슷한 성격을 보인다. 한국은행 2024년도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의 예치금은 10조7000억원으로 1년 만에 두 배 넘게 불어났다.

 

다만 이러한 무브머니가 단순히 예·적금과 주식 간의 이동에 그치지 않고 자칫 고위험 상품에 대한 쏠림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에 따라 시장 변동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빚을 내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로 꼽히고 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