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산 관련 제조업에서 33년간 근무한 박성용(66세·가명)씨는 은퇴한 후 지역 내 시니어 클럽 등을 다니며 재취업의 기회를 찾고 있다. 박씨는 “오랫동안 일했던 업무와 연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는데 자격증과 나이 등을 우선으로 채용하고 있어 자격 요건에서 밀리는 게 현실”이라면서 “직종에 따라 사정은 다르지만 계약 기간도 3개월 내지 6개월이거나 파트타이머 형태의 기간제로 생각보다 기간이 짧고, 하는 일 또한 단순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층의 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높은 수준을 보였지만 이들의 일자리는 단순노무직 등 질적인 측면에서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국회예산정책처의 인구·고용동향 &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고용률은 37.3%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이는 OECD 평균(13.6%)보다 높고 대표적 고령화 국가인 일본(25.3%)보다도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고령층일수록 경제활동을 위한 소득 기회가 제한되고, 근로 수준(임금) 또한 하락하지만 부족한 연금을 보완하기 위해 일자리 전선에 뛰어드는 것으로 분석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55~70세 인구의 경제활동 현황 및 소득 공백 실태를 검토한 결과, 65세 이상 연금 소득자의 월평균 연금 소득은 80만원가량에 불과했다. 이는 2024년 1인 가구 월 최저 생계비 134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또한 높은 고용률과 별개로 고령층이 실제로 일하는 일자리는 고용 형태·업종·임금 수준 등 여러 측면에서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임금근로자 중 65세 이상이 61.2%, 70세는 85.1%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비정규직도 증가했다.
임금근로자의 연령별 직업 구성을 살펴보면, 단순노무직 비중이 55세 14.3%에서 60세 20.8%, 65세 35.4% 등으로 고령일수록 가파르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자리 질의 저하는 임금 저하로도 연결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년 이전인 50대 후반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350만9000원이었다. 반면 은퇴 이후 재취업하는 연령대인 60대 초반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78만9000원으로 집계됐다. 50대 후반과 비교하면 20.5% 낮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고령층 고용 구조는 경력 단절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생애 주된 일자리를 떠난 뒤 재취업한 65세 이상 임금근로자 중 현재 일자리가 생애 주된 일자리와 ‘전혀’ 또는 ‘별로’ 관련 없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중은 53.2%, 70세는 59.6%였다.
주된 일자리에서 장기간 쌓은 전문성을 활용 못 하고 이와 무관한 곳에 취업하게 되면서 임금 수준과 고용 여건이 악화한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고령층은 은퇴 후에도 계속 근로에 대한 의지가 높다”며 “이들이 생애 주된 일자리 또는 그와 관련성 높은 일자리에 오래 머물도록 지원하는 것은 노년기 소득 공백 완화와 더불어 근로자의 인적 자본 활용 차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이유로 생애 주요 경력이 단절되는 고령층의 재취업 지원 및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