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님도 ‘마마님께서 내주신 쌍화차’라며 좋아하시죠, 하하.”
경기 수원시의 정조대왕로에 있는 카페다움은 쌍화차, 쌍화밀크티, 쌍화빙수, 쌍화에이드, 쌍화맥주 등 쌍화탕 기반의 다양한 마실거리와 후식으로 유명한 곳이다. 모든 메뉴를 직접 개발한 황민영 대표는 단골손님과 이재준 수원시장 등 지역인사들 사이에서 ‘혜경궁 마마’로 통한다. 조선 22대 국왕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를 뜻하는 것으로 황 대표는 지난해 시 주요 행사인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행렬에서 혜경궁 홍씨를 맡았다. 최근 만난 황 대표는 이재준 수원시장이 즐겨 마신다는 쌍화차 소개에 이어 당시 이야기를 꺼내며 웃어보였다.
◆커피시장 포화 속 저가 프랜차이즈 득세… 전통에서 길을 찾다
황 대표는 2012년 여름부터 카페다움을 운영 중이다. 바리스타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커피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지만, 2010년대 후반 시장 포화 속에서 커피 프랜차이즈 카페가 득세하자 생존의 길을 찾아야 했다. 그러던 중 원광대 한방의학과 교수이자 한방의원장인 시동생의 권유로 전통차, 특히 쌍화탕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동의보감에도 소개된 쌍화탕은 기와 혈을 조화롭게 하는 복합한약이다.

황 대표는 “준비기간만 1년 이상을 들였다. 동의보감에 쌍화탕은 작약, 당귀, 천궁 등 8가지 약재가 들어간다고 써 있는데 우리는 여기에 8가지 약재를 추가했다”며 “최적의 배합비율을 찾기 위해 매일 같이 약재를 달였다. 전문가인 시동생으로부터 오케이를 받을 때까지 수도없이 실패를 겪어야 했다”고 말했다.
2019년 마침내 황 대표만의 특제 쌍화차가 탄생했다. 설탕이 아닌 감초와 맥아로 단맛을 낸 쌍화차를 한과와 약과, 떡 같은 전통간식을 곁들인 한상차림으로 내놨다. 마치 궁중에서 접빈다례(接賓茶禮)를 받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40대 이상부터 80대까지 중장년과 노인 손님들이 특히 만족을 표했다.

◆쌍화청으로 다양한 메뉴 개발… 헬시플레저 MZ 입맛 사로잡아
황 대표는 쌍화차에 만족하지 않고 쌍화차에 조청을 섞은 쌍화청을 개발했다. 그리고 이 쌍화청을 기본으로 우유를 넣은 밀크티, 탄산음료를 섞은 에이드, 위스키를 가미한 하이볼은 물론 쌍화청 맥주와 막걸리, 리퀴드도 만들었다. 쌍화차를 특별한 방식으로 얼린 얼음을 갈아서 만든 빙수를 추가했다.
직접 마셔본 쌍화밀크티는 캐러멜 마키아토와 맛이 비슷했고, 쌍화에이드는 제로콜라를 마시는 듯 했다. 각 음료에 들어간 쌍화얼음이 장미꽃 모양이라 눈이 즐거웠다. 한 모금씩 맛본 쌍화청 맥주와 리퀴드도 독특하면서 한 모금이 더 생각나는 맛이었다. 시원한 쌍화차와 한과의 콤비는 마치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와플의 조합 같았다.

이 같은 메뉴를 통해 젊은 손님 공략에 성공했다는 황 대표는 “초반에는 40대 이상 손님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지금은 20~30대 젊은 손님들이 많이 늘어나서 거의 반반 수준”이라며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MZ세대 손님들이 나중엔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독한 감기로 고생하다 이곳 쌍화차를 마시고 거짓말처럼 나은 것을 계기로 단골이 된 20대 손님도 있다”고 소개했다.
통상적으로 카페는 9월부터 3월까지 겨울 시즌은 비수기지만, 카페다움은 쌍화차가 주가 되다보니 해당 시기에 손님이 더 많다고. 또한 일상에서 즐겁게 건강을 챙기는 헬시플레저(Heathy Pleasure) 트렌드가 세대를 가리지 않고 너르게 자리 잡으면서 전통차에 대한 관심이 크게 오른 것 같다고 황 대표는 덧붙였다.

◆우연한 기회로 ‘국모’ 혜경궁 변신… 카페 콘셉트와 찰떡궁합
카페다움 내부 곳곳에는 황 대표의 캘리그래피(문자를 아름답게 표현하는 예술적 필기 기법) 작품이 걸려있다. 족자 속 캘리그래피들은 병풍 같기도 하고 전통 미술 작품 같기도 해서 왠지 쌍화차와 잘 어울렸다. 각종 대회 수상 경력도 있는 황 대표는 2016년부터 매주 주민센터에서 자원봉사로 캘리그래피 강습도 진행한다.
황 대표는 “종갓집 맏딸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아버지로부터 서예, 그림, 운동 등을 배웠고, 음식 솜씨가 빼어난 어머니 옆에서 매달 제사 음식을 도왔다. 보약을 달이는 것도 내 몫이었다”며 “어릴 적 경험이 지금 하는 일과 조금씩 연관이 있어서 신기하다”고 말하며 웃었다.

혜경궁 홍씨로 발탁된 것은 화룡점정이었다. 수원시는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행렬에 나설 시민들을 뽑는데 황 대표가 지난해 16대1 경쟁률을 뚫고 제15대 혜경궁 홍씨로 최종 선정됐다. 지인의 추천으로 선발전에 참여했다는 황 대표는 “그야말로 국모를 뽑는 자리였다. 정조, 혜경궁에 대한 역사적 지식은 물론 후보 개인의 성장배경, 봉사활동, 자녀교육 등 다양한 기준을 두고 채점하더라”며 “1000시간이 넘는 봉사활동 기록, 정조에 대한 3분 스피치, 수원의 특징으로 개사해서 부른 ‘고향의 봄’ 노래가 큰 점수를 받았다고 들었다”며 쑥스러워했다.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행렬을 포함한 각종 행사에 혜경궁 홍씨로 참여한 이후 카페다움의 인기도 급상승 했다. 지역인사를 포함한 손님들이 연이어 방문했고, 단골들은 황 대표를 마마님이라고 불렀다. 전통을 살린 카페 콘셉트와 찰떡궁합이라 시너지가 났다. 황 대표는 “의도한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혜경궁 마마의 전통차로 이미지가 굳어졌다”며 웃었다.


◆기호에 맞게 쌍화청 커스터마이징… 플랫폼 통해 전국 배송도
단골이 늘면서 쌍화청을 구매하고 싶다는 손님들이 급증하면서 황 대표는 쌍화청을 별도로 판매하고 있다. 기호에 맞춰 우유나 탄산음료, 맥주를 섞어 쌍화밀크티, 쌍화에이드, 쌍화맥주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쌍화청을 비롯해 황 대표만의 황금비율로 만들어진 쌍화맥주, 쌍화밀크티는 올해 1월부터 OEM(위탁생산) 방식으로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HACCP) 인증을 받은 제조공장에서 생산해 판매 중이다. 카페 현장에서 뿐 아니라 쿠팡, 네이버 등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주문도 가능하다.


유명 백화점의 입점 러브콜도 받았다는 황 대표는 “당장은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고사했지만 다양한 쌍화 마실거리를 알리고 싶은 꿈이 있다”며 “운영 노하우, 기술, 레시피 등을 전수하는 전수창업의 방식으로 늘려가고 싶다”고 밝혔다. 자개 공예로 인테리어하고 전통 다기세트를 갖춘 한옥카페를 3년 내 오픈하는 것도 황 대표의 목표다.
쌍화차의 매력을 외국인에게 알리겠다는 포부도 품었다. 황 대표는 “카페 바로 앞에 위치한 만석공원을 찾는 외국인들이 많다. 쌍화 메뉴에 큰 호기심을 보이면서 사진도 많이 찍더라”며 “쌍화 밀크티가 특히 인기 있다. 해외 수출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수원=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황민영 대표가 말하는 쌍화차의 효능
⓵ 감기예방 및 면역력 증가
⓶ 빈혈개선 및 피로 해소
⓷ 간 기능 보호 및 숙취해소
⓸ 어혈 제거 및 혈액순환 개선
⓹ 운동 후 뭉친 근육의 이완
⓺ 혈 보호 및 기운 보강
⓻ 소화기능 도움 및 식욕 증진
⓼ 불면증 완화 및 신경 안정
⓽ 생리불순 개선 및 생리통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