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조모씨(41·경기 하남시)는 최근 경북 문경시내에 위치한 한 마트를 들렸다가 껑충 뛴 수박가격을 보고 혀를 내눌렀다. 한달 전에 비해 값이 두배나 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급여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물가 상승은 가계에 큰 부담이 된다”며 “이재명 정부의 주요 정책인 (민생회복) 지원금이 다 소비되고 나면 얼마나 인플레이션을 자극할지 마냥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폭염·폭우의 영향으로 농수산물과 가공식품 등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소비자물가가 두 달 연속 2%대 상승세를 보였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영향으로 수요가 많은 소고기 가격도 덩달아 뛰며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모습이다. 날씨와 소비쿠폰의 영향이 맞물리며 가계비 부담이 급등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52(2020년=100)로 1년 전에 비해 2.1% 뛰었다. 폭염·폭우 등 이상 기후로 전달과 비교해 과일·채소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농산물 물가(-0.1%)도 전달보다 하락 폭(1.7%포인트)이 눈에 띄게 줄었다. 수박이 20.7% 뛰는 등 일부 품목의 물가가 크게 오른 탓이다. 시금치(78.4%), 배추(25.0%), 상추(30.0%) 등 채소 가격도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고등어(12.6%) 등 수산물도 전달과 비슷하게 7.3% 올라 상승 폭이 컸다. 박병선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폭염, 폭우 영향으로 출하가 안 좋은 가운데 수요가 큰 폭으로 늘면서 수박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밝혔다. 이어 “채소·과실 물가가 작년에도 높았기 때문에 전년 동월비로는 상승 폭이 크지 않지만 전월비로는 상승폭이 크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1일 신청이 시작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본격적으로 풀리면서 물가를 자극하는 흐름도 포착된다. 실제 국산 쇠고기 가격은 4.9% 올라 전달(3.3%)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외식 소고기 물가도 1.6% 뛰며 전달(1.2%)보다 강세를 보였다.
정부도 소비쿠폰이 물가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다만, 최근 도축이 줄면서 소고기·돼지고기 가격이 상승세였고 외식 물가도 오르는 추세인 만큼 소비쿠폰 영향을 정확하게 분석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박 과장은 “소비쿠폰 지급 시기가 지난달 하순 쯤이라서 미미하게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