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부동산 출입 기자는 건설 현장 노동자 사망사고 소식을 접할 때마다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인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안전하게 퇴근하지 못하고 귀중한 생명을 잃는다는 사실이 애석하다.
건설현장 산업재해는 잊을 만 하면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작업을 하던 60대 노동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여 숨졌다. 지난달 31일엔 서울 구로구 고척동의 한 공사장에서 중국 국적의 40대 노동자 A 씨가 타워크레인으로 옮기던 건설 자재에 머리를 부딪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A 씨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에도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광명~서울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외국인노동자가 감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해 중태에 빠졌다.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거나 중상을 입자 정부가 회초리를 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 잇따른 사망사고에 대해 “반복되는 사고는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면서 산업재해가 잦은 기업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등 강력한 규제를 예고했다. 지난 6일에는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금지 등 모든 법률적 방안을 찾아서 보고하라”는 초강경 발언까지 했다. 경찰은 이 대통령 지시에 따라 ‘산업재해 전담 수사팀’을 전국 시도청에 신설키로 했다. 국회에선 직접적인 처벌 강화 방안을 포함한 건설안전특별법안(건안법)도 논의 중이다. 안전관리의무 위반이나 안전관리계획 미이행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자는 연 매출의 최대 3% 이내 과징금 또는 1년 이하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건설현장 산재 예방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선 건 바람직하다. 하지만 초점이 기업 제재 및 처벌과 기강 잡기에만 맞춰진 것 같아 다소 아쉽다. 건설업계의 경각심을 일깨우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채찍만이 능사는 아니다. 반복되는 건설 노동자 사망사고를 단순히 건설사의 안전 관리 미흡과 건설현장의 안전불감증 때문만이라고 치부해선 곤란하기 때문이다.
현재 건설현장이 처한 구조적 문제점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저출생 고령화 여파와 젊은층의 건설업 기피로 건설현장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건설기능인력 평균 연령은 51.8세로 집계됐다. 20·30대 비중은 고작 16.2%에 불과하다. 반면 40대 이상 비중은 83.8%로, 전체 산업 취업자(68.4%)보다 15.4%포인트 높아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요즘 건설현장에선 “40대가 막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건설업 노동자 고령화는 숙련공 감소와 산재 위험 증가로 이어진다. 고령층 노동자는 돌발 상황에 대응력이 떨어지고 온열 질환 등에 취약해 산재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실제 한국노동연구원 월간노동리뷰 7월호에 수록된 ‘산재예방 중장기 전략과 패러다임 전환’ 보고서를 살펴보면 2023년 산재 사고 사망자 중 55세 이상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64.2%이며 60세 이상은 45.8%에 이르렀다.
기업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제재가 산재예방의 특효약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노동자 사망 등 중대 사고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사망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사고예방 조치를 강화하는 한편 청년층 유입 등 건설현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
이정인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