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경북 안동시 예안면 도촌리에서 가난한 화전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농사 외에는 길이 없는 고향을 떠나 1970년대 후반 경기 성남시로 향했다. 어머니는 시장통에서, 당시 중학생이던 이 대통령은 공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약 50년 세월이 흘러 대통령을 배출한 곳이 된 도촌리는 여전히 논밭이 전부인 농촌이다.
이 대통령의 생애는 수도권 집중화 및 지방소멸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가 되고 있다. 지방 소도시에서 태어났지만 태부족한 일자리에 조금 더 기회가 많은 수도권을 향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지금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6월 행정안전부 자치분권국장 발표에 따르면 수도권 인구 비중은 1995년 45.1%에서 2023년 50.7%로 증가했고 수도권 소득도 같은 기간 48.1%에서 52.5%로 더 집중화 됐다.
이에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수도권 집중도 완화 및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5극 3특’을 주창했다. 최근 국정기획위원회가 보고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반영된 5극 3특은 5대 초광역권(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과 3대 특별자치도(제주·강원·전북)마다 혁신·일자리 거점을 조성하고, 전국 광역 교통망을 연계해 지역 간 접근성을 높인다는 정책이다. 이를 통해 잠재성장률 3% 이상, 비수도권 지역내총생산(GRDP) 50% 이상 달성을 꾀한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우선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통해 행정∙입법 수도로서 세종시의 기능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 주요 부처의 지방 이전도 실행한다. 해양수산부의 부산행이 대표적으로 올해 안에 청사를 옮길 계획이다. 얼마 전 국무회의를 통해 청사 공사 비용과 이사비, 직원의 이주·거주·교통 지원비 등에 투입할 예비비 867억원을 심의·의결하기도 했다. 여성가족부의 세종 이전, 신설될 기후에너지부의 호남행 등도 거론되고 있다. 2차 공공기관의 이전 역시 정부 차원에 이뤄진다.
아울러 이재명 정부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4를 목표로 7대3까지 개선하는 등 지방재정을 확충해 실질적 자치분권 체계를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지방교부세율 상향과 제3차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을 통해 지방정부의 재정 자율성을 높이고자 한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지방시대위)의 기능도 대폭 강화한다. 지방시대위는 지역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범부처 컨트롤타워이자 컨시어지(종합지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를 위해 지방시대위에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지특회계) 예산 사전조정권을 부여하고 올해 기준 14.7조원이 편성된 지특회계 규모를 확대한다. 지특회계는 균형발전과 관련된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고자 중앙이 지방을 지원하는 재원이다.
이 대통령은 이달 초 대통령실에서 전국 시도지사들과 간담회를 가지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유정복 인천광역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 김영록 전남도지사 등 17개 시도 광역단체장과 더불어 김민석 국무총리,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균형 발전은 국가의 생존을 위한 전략”이라며 “소비쿠폰 지급에서도 수도권보다 지방에 더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똑같이가 아니라 더 많은 지원을 해야 비로소 균형을 조금이라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을 이번 정책으로 나름 시현해 봤다. 앞으로 국가 정책 결정이나 예산 재정 배분에서도 이런 원칙을 최대한 강화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 밖에도 이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양곡관리법, 농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 개정안 공포안은 농어촌 지역의 생계와 직결되는 주요 농수산물에 대한 수급·가격 안정의 의무를 정부가 진다는 내용이다. 또한 국가와 지자체가 지역사랑상품권 운영을 행정적·재정적으로 지원하도록 의무화하는 지역사랑상품권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덧붙여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수도권 중심의 대학 서열화 완화를 위해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도 제안한 바 있다. 지역 거점 국립대에 전략적 투자를 하고, 체계적 육성과정을 거쳐 대학이 지역과 동반 성장한다는 내용이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