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수입차 불모지인 일본 시장에서 현지 맞춤형 전기차 인스터(캐스퍼 EV의 수출명)를 앞세워 선전하고 있다.
5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모빌리티재팬(HMJ)의 올해 1~8월 누적판매는 지난해 전체 판매량을 이미 뛰어넘었다.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 자료를 보면 현대차는 올해 8월까지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 총 648대를 판매해 작년 한 해 동안 판매한 618대를 이미 넘어섰다.
현대차는 2022년 5월 일본 시장에 아이오닉 5, 넥쏘 등 무공해차량(ZEV) 중심 라인업, 딜러 없는 온라인 판매를 비롯해 그동안 전 세계 어디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앞세우며 승용차 판매 재진출을 선언했다.
자동차 강국인 일본은 ‘수입차의 무덤’으로 불린다. 자국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외국 자동차 브랜드의 진입 장벽이 높기로 유명하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신차 판매량 445만대 중 일본계 브랜드 판매량은 416만대로 93.4%에 달했다. 기업별로는 토요타의 점유율이 47.4%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이같이 척박한 일본 시장에서 현대차가 선전하는 주요 비결로는 올해 4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인스터의 인기를 꼽을 수 있다. 인스터는 소형 스포츠실용차(SUV) 캐스퍼를 기반으로 만든 보급형 전기차다. 도로 폭이 좁고 차고지 크기가 대체로 작은 일본 시장에서 사전예약만 300대가 넘는 등 ‘합리적인 고성능 도심형 전기차’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현지 언론도 인스터의 상품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현재 일본 시장에서 인스터 외에도 코나 EV, 아이오닉 5, 아이오닉 5 N을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 모두에서 일본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해 판매량을 꾸준히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지난 7월 30일 실시간 화상 상담 서비스를 론칭해 온라인 판매의 편리함을 유지하면서 인간적 소통을 중요시하는 일본 고객의 니즈도 충족시킬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다.
지난 5월에는 현대차의 복합 고객체험 공간인 ‘현대차 오사카 CXC(Hyundai Customer Experience Center Osaka)’를 시작으로 6월 센다이, 7월 후쿠오카에 차례로 쇼룸을 오픈해 일본 고객들이 차량과 브랜드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으며 올해 연말까지 도쿄, 사이타마 등 일본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더 많은 오프라인 전시 공간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차는 일본 전역 18곳에서 드라이빙 스폿(Driving Spot)을 운영하며 일본 고객들에게 다양한 시승 체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