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세파에 지친 韓경제...올해는 안녕하신가요?

 

김민지 경제부장

 

 

“올해도 더 열심히,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새해 첫 달은, 언제나 거창한 다짐들로 가득 찬다. 괜스레 몸과 마음이 조급해지고 미루고 또 미뤘던, 숙제를 다시 펼쳐보며 내 자신을 세팅한다. 

 

새로운 활기를 더해줄 아이템 구입부터 여기저기 쌓아둔 책 정리, “조만간 밥 한번 먹자”는 지인의 가벼운 인사치레까지 꼼꼼하게 적어둔다.

 

매년 그렇듯, 건강에 대한 결심도 어김없이 따라온다. 건강을 향한 새해 결심은 늘 변함이 없다.

 

일본의 유명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조차도 “나의 좌우명은 첫째가 건강, 둘째는 재능”이라고 말할 정도다. 건강이 재능을 불러올 수는 있어도, 재능이 건강을 불러올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것이다.

 

이런 다짐들 하나, 하나가 모여 새해 시간이 채워진다.

 

2026년 새해. 우리 경제도 ‘시작의 감정’과 많이 닮았다. 여의도 증권가는 그 어느때 보다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차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낯설었던 ‘코스피 5000 꿈’이 이제 현실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코스피 6000’과 그 이상까지 전망하는 낙관론도 적지 않다.

 

국내 주식시장의 형님격인 코스피 지수는 연초부터 가파르게 오르더니, 장중 사상 첫 4600선까지 돌파했다. 아우인 코스닥 지수도 이에 뒤질세라, 1000고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특히 ‘반도체의 독주’가 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동반 사상 최고가 랠리를 펼치는 중이다. 전세계적으로 새해 반도체 시장이 역대 최장·최강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될 것이란 전망이 연이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12월 수출 실적만 따져봐도 전체 수출은 13.4% 증가에 그쳤지만, 반도체 수출은 무려 43.2%나 급증했다. 2018년 반도체 호황기 때인 24.8% 보다 편중세가 더 강해졌다.

 

증시 활황은 반가운 호재임이 분명하다. 경제 주체들의 기대와 자신감을 북돋워 우리 경제의 활력을 높일 수 있어서다. 하지만 마냥 반가워 할 순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의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는 물론, 국내 증시도 구조적으로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새해 신년사에서 “올해 성장률이 1.8%로 전망되지만,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하면 1.4%에 그치고 부문 간 회복 격차가 클 것”이라며 “이러한 ‘K자형 회복’(계층·산업·지역별로 양극화가 빚어지는 형태의 경제회복 형태)은 결코 지속가능하고, 완전한 회복으로 보기 어려운 것 같다”고 진단했다. 

 

지표 자체는 대폭 뛰어 경제 전반이 동반 성장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IT와 비IT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자산시장과 실물경제의 괴리가 커지고 있는 점도 큰 문젯거리다. 코로나19 이후 풀린 유동성이 자산가격을 끌어 올리고 있지만,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갈수록 부진하기 때문이다. 

 

과거 경제위기 때나 볼 수 있었던 원·달러 환율 1400원대도 이제 일상이 됐다. 이는 단순히 강달러 현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한국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외부의 시선 변화를 의미한다.

 

또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51.6%로 50%를 처음 돌파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과적으로 계층 간 소득·자산 불평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와 당국은 경제 성장의 온기가 골고루 퍼질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자면, 기업들이 마음 놓고 투자에 나설 수 있는 환경부터 고민해야 한다. 

 

지난해를 잠시 되돌아보면, 뿌듯함과 아쉬움이 공존했다. 아무리 변화의 속도가 빨라도, 변화를 인정하고 본질을 헤아리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째깍째깍. 2026년 카운트다운 시계는 켜졌다. 

 

 

김민지 경제부장

 

김민지 기자 minj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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