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속도로 인구 고령화를 경험하는 우리나라는 그만큼 많은 진통을 겪고 있다. 그 중에서 한국의 노인은 적극적인 경제 활동에도 불구하고 노인 빈곤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시장소득 기준의 노인 빈곤율은 2011년 56.9%에서 2022년 57.1%로 증가했다.
한국 노인은 어느 국가의 노인보다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빈곤한 삶을 산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통계연구원에 따르면 66세 이상인 은퇴연령인구의 2022년 상대적 빈곤율이 39.7%로 가장 높았다. 2011년 47.9%를 기록한 후 매해 감소 추세이긴 하지만 2022년 기준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이처럼 노인 빈곤율이 높은 것은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2003년 가구주의 연령이 60세 이상인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84만원으로 2인 이상으로 이뤄진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인 272만원의 68%에 그쳤다. 또 2006년 65세 이상 노인의 연간 중위소득은 928만원으로 전체 가구 중위소득의 46%에 불과했다. 지난 20년간 노인의 소득 수준은 꾸준히 높아져 2022년 65세 이상 노인의 중위소득은 2217만원으로 증가했지만 전체 가구의 중위소득 3454만원과 비교하면 64% 수준으로 노인의 소득은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고용의 질도 노인 빈곤율의 원인으로 꼽힌다. 산업 구조가 1차, 2차 산업에서 3차 산업으로 이동하면서 20년간 농림어업 숙련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에는 농림어업 숙련 종사자가 21.1%, 서비스 판매 종사자는 18.0%, 기능·기계조작 종사자는 16.4%로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단순노무 종사자는 전체의 34.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 중 고령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3년 9.8%에서 2023년 61.7%로 높아지는 등 고용 불안정성의 증가가 고령 노동자에게 집중됐다.
김가원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20년사 보고서에서 “단순 노무, 서비스업 중심의 저임금 일자리와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일자리로 한국 노인은 어느 나라의 노인보다 늦은 나이까지 다수가 적극적으로 일함에도 불구하고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