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중단된 전산망 복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추석 명절을 코앞에 둔 만큼 신속한 시스템 복구 및 가동과 국민 불편 최소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을 지시했다.
28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국정자원 화재로 정보시스템의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항온항습기를 중단시키는 과정에서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가 선제적으로 가동을 멈췄다. 전체 국정자원이 관리하는 약 1600개 정부서비스 가운데 40%에 가까운 서비스가 일시 정지된 것이다. 이로 인해 정부24, 국민신문고, 모바일 운전면허증, 우체국 금융 서비스, 부처별 홈페이지 접속 등 핵심 대국민 서비스가 마비됐다. 특히 추석 연휴를 앞두고 물류 시스템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물류 대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27일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전방위 복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8일부터 중단된 국정자원의 전산 시스템 순차적으로 재가동해 정상적인 서비스가 가능한지 여부를 점검한다. 이후 피해가 없는 551개 서비스를 중심으로 사고 전 상황으로 복구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사들도 긴급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구윤철 경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수습회의를 열고 기재부 홈페이지와 재정정보시스템 피해상황 등을 점검했다. 국정자원의 통신장비 기반시설이 복구되는 대로 시스템 전체를 점검해 재가동할 예정이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별도의 재해복구시스템을 가동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기재부 홈페이지는 접속 제한 상태다.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의 국고금 수납업무도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국세청·관세청·특허청·경찰청·법무부의 자체 시스템을 통해 관련 업무를 처리하도록 했다.

한국조폐공사는 재해복구 체계 전환을 통해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를 일부 기능을 제외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재해복구 체계 운영 중에는 모든 모바일 신분증의 신규 발급 및 재발급과 일부 신분증(모바일 국가보훈등록증)의 금융거래 관련 제출 기능은 제한된다. 민간앱(삼성월렛, 카카오뱅크, 네이버, 토스, KB스타뱅킹, NH올원뱅크)을 통해 발급받은 사용자는 신분증 종류와 상관없이 금융거래 관련 제출 기능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모바일 신분증은 개인의 중요한 신원정보를 단말기에 저장하는 분산형 구조로 설계, 중앙 집중식 시스템에 비해 빠르게 재해복구 체제로 전환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행정안전부와 긴밀히 협력해 모바일 신분증으로 인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들 역시 그룹 차원의 위기관리 체계를 가동하고 고객 불편 최소화와 금융거래 안정성 확보, 해킹·사기 차단을 위한 보안 강화에 나섰다. 그룹 리스크 부문장(CRO) 주재로 위기관리협의회를 열어 초기 대응 상황을 점검했고, 28일에는 계열사 사장단이 모여 대책회의를 갖고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29일에는 영업 개시 전 전사 점검 회의를 열고 각종 조치를 최종 확인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도 신속한 시스템 복구와 가동, 국민 불편 최소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 먼저 국가위기관리센터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후 “국가 주요 정보 시설의 화재로 국민께 큰 걱정과 불편을 드린 걸 우려하며 높은 시민의식으로 차분하게 대응해주고 계신 데 대해 국민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께 화재로 인한 장애 및 복구 현황을 숨김없이 설명하는 소통체계를 구축해 국민의 궁금증과 애로사항을 해소하라”며 “정부 시스템 이용이 원활치 않아 발생하는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체 방안을 빈틈없이 마련해 국민들께 안내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이번 화재로 인해 납세 등 행정상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각별히 챙기라”며 “금융, 택배, 교통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민관과도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대응에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