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직송으로 매출 38배 뛰어”…쿠팡, 지역 식품기업에 활력

생산시설·고용 늘어 지역경제 활성화 뒷받침

모산에프에스 직원들이 김치를 담그고 있다. 이 업체는 쿠팡 입점 이후 갓 담근 김치를 산지직송하며 매출이 급증했다. 쿠팡 제공

대기업이 주류를 이루는 치열한 식품시장에서 쿠팡을 통해 물류 경쟁력을 갖춰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의 중소 식품 제조사들이 늘고 있다.

 

9일 쿠팡에 따르면 김치·된장찌개·냉장햄 분야의 지역 우수 식품 중소제조사들이 치열한 경쟁상황에서도 최근 수년째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식품 카테고리는 일부 대기업들이 오랜 기간 시장점유율의 70% 이상을 선점하고 있다.

 

또한 쿠팡과 손잡은 이들 중소 식품업체 중에서는 단기간에 몇 배 이상의 성장을 거두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이는 국내 음식료품 소매판매액의 전년대비 성장률이 지난해 2.2%, 올해 2분기 2.3%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경상남도 김해의 김치 제조사 ‘모산에프에스’가 대표적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전체 매출 115억원 가운데 절반 수준인 60억원을 쿠팡에서 냈다. 쿠팡에 첫 입점한 2019년 매출(1억6000만원) 대비 5년만에 38배 성장했다. 올해는 총 150억원의 매출을 예상한다.

 

모산에프에스는 쿠팡 입점 전 10여년간 소상공인 기준인 연 매출이 30억원 내외에 머물렀다. 2010년 초 밑반찬 가게에서 출발해 지역 초중고교 등에 납품을 해오다 쿠팡 입점 후 소비자간 거래(B2C) 업체로 전환해 중소기업으로 발을 내딛으며 연 매출 100억원을 첫 돌파했다.

 

모산에프에스의 성장 비결은 쿠팡의 물류 인프라를 십분 활용한 갓 담근 김치 산지직송이다. 대기업을 비롯한 경쟁업체들이 냉장 숙성김치에 주력할 때, 모산에프에스는 쿠팡과 손을 잡고 2022년부터 갓 담근 김치를 산지직송하는 역발상을 택했다.

 

이 업체는 배추절임·고춧가루·양념 등을 준비한 다음 당일 새벽과 오전에 거쳐 김치를 담근다. 소비자 주문에 맞춰 냉매제 포장·검수 절차를 거쳐 당일 오후 1~2시에 상품을 발송하면 익일 새벽 7시까지 문 앞에 도착한다.

 

김진경 모산에프에스 대표는 “쿠팡이 산지직송이라는 큰 물길을 중소기업들에게 열었고, 대기업 비중이 높은 김치시장에서 중견기업의 꿈을 키우게 됐다”고 말했다.

 

된장 카테고리에선 ‘지리산 피아골’ 된장이 인기다. 이 업체는 지리산 특산물인 고로쇠 수액을 물 대신 사용하고, 소금도 3년 이상 간수를 뺀 신안 천일염만 고집한다. 쿠팡 입점 첫해인 2021년 매출 5000만원에서 지난해 4억원으로 8배 뛰었고, 올해는 5억원을 전망한다. 전북 남원 시내에서도 차로 30분 떨어진 지리산 산기슭에서 제품을 만들지만, 쿠팡 물류센터가 호남권역 곳곳에 위치한만큼 빠른 새벽배송으로 지리산 된장이 전국으로 빠르게 배송된다.

 

김미선 지리산 피아골 대표는 “도서산간지역인만큼 과거엔 자사몰의 자체 택배 물류비만 상품 가격의 20%나 차지했다”며 “전통된장은 대기업 인기제품을 따라잡기 어려운데 쿠팡이 배송·CS 등을 맡아주면서 연구개발(R&D) 여력이 높아졌고 최근 주먹밥·볶음밥 등 신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인천의 수제햄 제조업체 ‘소금집’은 지난해 쿠팡에서 13억원의 매출을 냈는데, 올해 1~8월 매출만 20억을 넘었다. 전체 회사 매출의 40%가 쿠팡에서 나온다. 이시형 소금집 이사는 “핵심 경쟁력인 쿠팡의 콜드체인 새벽배송 시스템을 통해 대기업 주도의 냉장햄 시장에서 틈새시장을 쿠팡과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 업체들의 성장은 고용과 생산시설 증대, 지역 경제 활성화의 선순환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모산에프에스의 직원 수는 최근 3년간 40여명(전체 100여명) 늘었고, 생산시설은 3000평에서 5000평으로 증축했다. 김해, 해남 등 지역 농가 50곳의 배추·무 등 농산물을 매일 평균 30톤씩, 연간 1만톤 이상 매수하며 지역 경제를 이끌고 있다. 지리산 피아골은 쿠팡 판매 증가로 지난해 전체 매출 25억원을 냈고, 조만간 소상공인 졸업(연매출 30억 이상)을 내다보고 있다. 쿠팡에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미국·유럽·호주 수출길이 열렸고 생산시설을 200평에서 400평으로 키웠다.

 

쿠팡 관계자는 “우수한 지역 중소상공인 상품을 적극 발굴해 이들의 판로를 확대하고, 대기업과 경쟁 속에서 유의미한 성장을 이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더 많은 소상공인들이 중소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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