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경주 APEC] 이재명-트럼프, 북한 비핵화 원칙 재확인…‘대북 압박 보단 대화에 무게’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뉴시스

한미 정상이 29일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북한 비핵화라는 대원칙을 재확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제 포기를 미북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걸었지만, 이를 위해 비핵화 목표를 내려놓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한미정상회담 직후 경주 국제미디어센터에서 연 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한반도의 긴장 완화 및 중단·축소·폐기를 통한 비핵화 추진 의지를 설명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노력을 평가하면서 “2018년 싱가포르 합의를 토대로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위 실장은 덧붙였다.

 

북한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계승하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과 만남이 이뤄지더라도 최종적 목표로서 비핵화를 포기한다거나 북핵을 인정한 상태에서 핵 동결·군축 협상 등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의 핵 개발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보 상황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아시아 순방 과정에서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핵보유 세력)로 지칭한 것을 두고 북한의 핵보유 현실을 용인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일단 이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발언은 이런 우려를 일부 불식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양국 정상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법으로 제재 등 대북 압박보다는 대화에 무게를 두는 모습도 보였다.

 

이번 방한을 계기로 한 미북 대화는 불발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거듭 피력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그가 원한다면 언제든 다시 한반도 평화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위 실장은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만남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앞으로 계속해서 북미 정상 간 만남의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북미 정상 회동이 앞으로 성사될 수 있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한미 정상이 ‘비핵화’라는 목표를 견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미북 간의 입장차가 재확인된 만큼 북한이 한미의 대화 손짓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동맹이 억지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한미연합훈련 지속과 전략자산 전개 등을 통한 동맹 태세 강화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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