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지급결제 시장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운 변수로 급부상하면서 발행 주체를 둘러싼 정책 방향, 법적 충돌 논쟁이 동시에 수면위로 올라왔다. 특히 핵심 규제로 검토되는 ‘은행 지분 51% 룰’이 현행 은행법의 금산분리 규정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제도 설계 논의가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1일 당정협의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시중은행이 지분 51% 이상 보유한 컨소시엄에 한정하는 방향의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지분 51% 이상은 은행 컨소시엄이 보유해야 한다는 것으로, 사실상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고정하겠다는 의미다.
여당은 금융당국에 오는 10일까지 정부안을 제출하도록 요구했으며, 기한 내 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간사단 주도로 입법을 강행하겠다는 입장까지 내놨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 과정에서 드러난 법적 충돌을 이미 인지하고 있으며, 법령 개정·예외 규정 도입, 대체 지배 구조 등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가장 큰 쟁점은 현행 은행법 제37조로, 은행의 비금융회사 의결권 지분 보유 한도를 15%로 제한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비금융 일반법인으로 분류될 경우, 은행 한 곳이 최대 15%밖에 지분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51%를 맞추려면 최소 4개 은행이 참여해야 하는 구조다. 다만 예외 조항이 있다. 은행이 투자 대상 회사가 금융사업자이거나 또는 기업 구조조정이 필요한 경우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해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으면, 15%를 초과한 지분 보유도 가능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준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문제는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은행 측이 다 조율을 다 끝낸 것 같다”며 “정부안을 빨리 공유해서 발의하고 이후 당내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에서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과정을 좀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당 내에서도 이견은 존재한다. 같은당 안도걸 의원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주체는 개방·경쟁구조가 필수로, 은행 컨소시엄만으로 하는 건 혁신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은행은 전통적 결제망에 대한 기득권을 갖고 있고, 규제와 리스크 관리 중심의 운영 방식에 익숙하기 때문에 혁신적 서비스 모델을 과감하게 실험하기 어렵다는 게 안 의원의 설명이다.
안 의원은 “은행·비은행 금융기관·핀테크 기업·블록체인 기술기업·디지털 유통 플랫폼 등 서로 다른 역량을 가진 주체가 참여하는 구조로 가야한다”며 다중 업권 참여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중 업권 참여 원칙이 확보되지 않으면 한국의 스테이블코인은 출발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한 채 시작하는 것”이라며 “금융위와 한은은 발행주체를 둘러싼 논쟁을 더 이상 지연시켜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