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철의 생활법률] “딱 한 잔인데”…한순간의 실수가 무너뜨린 신뢰와 책임

사진=최유철 법무사

우리 사회는 음주운전을 ‘도로 위의 흉기’이자 ‘잠재적 살인 행위’로 규정하며 그 어느 때보다 엄격한 사회적 잣대를 요구하고 있다. 수많은 캠페인과 강력한 처벌법(일명 ‘윤창호법’ 등)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딱 한 잔인데”, “가까운 거리인데”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대중의 신뢰를 바탕으로 활동하는 공인이나 유명인의 음주운전 소식은, 그들이 쌓아온 명성과는 별개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듯해 더욱 씁쓸함을 안긴다.

 

최근 영화 ‘극한직업’, 드라마 ‘수리남’, ‘카지노’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온 배우 송영규 씨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었다는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송 씨는 지난달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진 뒤 오후 11시경 자신의 차량을 몰고 약 5km를 운전했다.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0.08% 이상) 수치였다.

 

이 범행은 “술을 마신 사람이 차량에 탑승해 운전하는 것 같다”는 한 시민의 결정적인 112 신고로 발각되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이 사건으로 송 씨는 현재 출연 중이던 드라마 2편(아이쇼핑, 트라이)에서 이야기 전개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긴급 편집 대상이 되었으며,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르던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서도 즉각 하차하는 수순을 밟게 되었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법적인 처벌을 넘어, 수십 년간 쌓아온 자신의 경력은 물론 함께 일하는 수많은 동료와 제작진의 노력까지 물거품으로 만드는 연쇄적인 피해를 낳은 것이다.

 

이 사건은 음주운전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얼마나 무거운 책임을 동반하는 ‘범죄’인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송 씨가 적발된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은 음주운전 처벌 기준 중에서도 매우 무거운 단계다. 행정 처분으로는 즉각적인 ‘운전면허 취소’ 대상에 해당한다. 행정 처분과는 별개로,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에 따라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무거운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딱 한 잔’의 대가로 전과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사건이 보여주듯 음주운전의 대가는 법정에서 끝나지 않는다. 출연 중단과 하차로 송 씨는 출연 중이던 모든 작품에서 사실상 퇴출당했다. 이는 사회적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직업군에게는 사형선고에 가까운 조치다.

 

한 사람의 범죄로 인해 드라마 제작진은 당장 대본을 수정하고 출연 분량을 편집해야 하는 혼란을 겪었으며 연극 제작사는 공연 중인 배우를 교체해야 하는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이처럼 음주운전은 수많은 동료의 생계와 노력을 짓밟는 ‘연대 책임’을 강요한다.

 

이번 사건 역시 “술을 마신 사람이 운전한다”는 시민의 신고가 결정적이었다. 음주운전 차량을 목격하고도 ‘괜한 일에 엮이기 싫다’며 외면하는 순간, 그 차량이 나의 가족이나 이웃을 덮칠 수도 있다.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차량을 발견했을 때 즉시 112에 신고하는 것은 나와 내 이웃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하고 용기 있는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음주운전은 ‘실수’나 ‘관행’이 아닌,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사회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명백한 ‘범죄’다.

 

“딱 한 잔”, “가까운 거리”라는 자기합리화의 유혹이 얼마나 큰 법적·사회적·경제적 파멸로 돌아오는지 이번 사례는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운전대를 잡는다는 것은 나 자신은 물론 타인의 안전까지 책임지겠다는 사회적 약속이다. 그 약속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때, 우리는 결코 운전대를 잡아서는 안 될 것이다.

 

글쓴이: 최유철(법무사, 부동산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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