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사장님의 비애] 경기 침체 충격 고스란히…연체율 급증

지난해 개인사업자 연체율이 1%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29세 이하 개인사업자의 연체율은 전년대비 0.31%포인트 상승해 1.29%를, 30대도 0.33%포인트 올라 0.95%로 뛰었다.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청년 개인사업자들의 대출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공식적으로 종료됐음에도 불구하고 자영업 현장의 체감 경기는 사회적 거리두기 당시보다 더 혹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본력이 빈약한 20~30대 청년 사장들의 연체율이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30일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일자리 행정통계 개인사업자 부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사업자의 연체율은 0.98%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가 한창 때인 2020∼2021년 당시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팬데믹 기간에는 초저금리 기조와 정부의 대규모 금융 지원(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으로 부실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으나, 지원 조치가 종료되고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자 억눌렸던 부실 폭탄이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12·3 비상계엄 여파로 경제 전반이 위축되면서 차주들의 빚 부담은 늘어났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가데이터처는 “기준금리가 2023년 2월 3.5%로 오른 후 지난해 10월에서야 3.25%로 내려왔다”며 “코로나19 등 위기를 거치면서 자영업자 대출이 많이 늘었는데, 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탓에 자영업자가 대출을 못 갚는 일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특히 20~30대의 부채 부담이 빠르게 악화했다. 29세 이하 개인사업자의 평균 대출액은 5480만원으로 전년 대비 4.6% 감소했지만, 연체율은 0.98%에서 1.29%로 0.31%포인트 상승했다. 30대의 평균 대출액도 1억3807만원으로 2.1% 줄었으나 연체율은 0.62%에서 0.95%로 뛰었다. 연체율 수준은 20대 이하와 40대(1.03%), 50대(1.04%)보다 낮지만, 증가 폭은 0.34%포인트로 50대(0.38%포인트)와 70세 이상(0.35%포인트)에 이어 세 번째로 컸다. 이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로 경기 침체의 충격파가 청년층에 집중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현상은 ‘소자본 고위험’ 창업 구조 탓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청년층이 상대적으로 진입이 쉬운 소매 및 요식업으로 쏠렸지만, 해당 업종은 경기 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불황기에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또한 자산과 신용도가 부족한 청년 사장들은 창업 초기부터 대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소비 절벽으로 매출이 급감하자 곧바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고, 이는 즉각적인 연체로 이어졌다. 

 

금융기관별 연체율을 보면 비은행권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비은행권 연체율은 지난해 2.1%로 전년(1.38%) 대비 0.72%포인트 증가했다. 은행권 연체율은 0.19%에 그쳤다. 비은행권 대출 비중이 높은 청년층의 부채 부담이 더 커졌다는 의미다. 시중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자, 신용도가 낮은 청년 사장들이 2금융권으로 내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문제는 비은행권 대출이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훨씬 높다는 점이다. 이미 매출 부진으로 허덕이는 가운데 기존 빚을 갚기 위해 더 높은 금리의 대출을 끌어다 쓰는 ‘돌려막기식 대출’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다. 비은행권 연체율의 급등은 차주들의 상환 여력이 사실상 바닥났음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지표다. 

 

비은행권의 재정 건정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대출 상당수는 담보가 부족한 신용대출이거나, 부동산 경기에 민감한 담보 대출인 탓에 회수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감을 느낀 비은행권이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시장의 자금줄이 말라붙는 ‘돈맥경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금융 부실을 넘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청년 세대가 대거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회적 위기 신호로도 해석된다. 결국 제도권 안에서 자금을 융통할 길이 막힌 청년 차주들은 살인적인 고금리의 불법 사채 시장으로 떠밀리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한 상황이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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