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10살 환아, 응급실 12곳 거부 끝 숨져

사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 사건과 관련없는 이미지. 뉴시스 제공

부산의 한 소아과를 찾은 10살 A 양이 항생제 수액 투여 후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이다 병원 이송 과정에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A 양은 감기 증세로 부산의 한 소아과를 방문해 항생제 수액을 맞기 위해 치료실로 들어갔다. 그러나 수액 투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호흡이 곤란해지며 병원 내부가 소란스러워졌고, 이후 119 구급대가 출동해 A 양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보호자는 항생제 투여 전 알레르기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A 양의 보호자는 “항생제 알러지 테스트를 하지 않았을까. 그런 반응이 왔었다면 링거를 맞추지 않았었겠죠”라고 말했다.

 

현재 소아과 측과 A 양의 가족은 의료 과실 여부를 두고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가족들은 치료 과정뿐 아니라, 이후 병원 이송 과정에서 겪은 ‘응급실 수용 거부’가 더 큰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A 양은 호흡 곤란 증상으로 의식을 잃어가던 중, 약 1시간 20분 동안 병원 12곳에서 의료진 부족을 이유로 수용을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송 도중 심정지까지 발생했으며, 이후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지난 18일 결국 숨졌다.

 

보호자는 “그게 거의 뭐 뇌사 같은 반응이 있어서 그냥 연명치료만…”이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최근 부산과 경남 지역에서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로 불리는 이송 지연 사망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부산에서는 한 고등학생이 병원 9곳에서 이송을 거부당한 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도착해 5분 만에 숨졌다.

 

같은 달 경남에서도 교통사고를 당한 60대 여성이 1시간 40분 동안 병원을 찾지 못한 채 이송되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외상거점병원 2곳을 지정해 초기 대응을 맡기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의사회 임현수 공보이사는 “중환자가 응급실에서 잘못됐을 때 그 책임을 지금 의료진에게 묻고 있기 때문에 ‘환자들을 보기 무섭다’라는 것이거든요”라며 “(병원을 지정하더라도) 문제는 거기에서 일하는 의사들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해결되지 않으면 마찬가지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응급실 필수 인력 부족과 의료 소송 부담으로 인한 방어진료 경향 등 구조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응급환자 이송 지연 사태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주연 온라인 기자 ded06040@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