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사의 순간을 선점하라…은행 딜링룸 전광판 경쟁 치열

코스피가 전장 대비 3.11포인트(0.06%) 오른 5224.36으로 거래를 마감한 지난 30일 신한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있다. 신한은행 제공

올해 들어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초로 5000포인트를 돌파한 데 이어 5100, 5200, 5300선까지 연달아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하자 시중은행 딜링룸의 홍보 경쟁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열해지고 있다. 지수가 100포인트씩 갱신될 때마다 언론 보도의 빈도가 폭증하면서 자사의 딜링룸을 ‘K-금융 현장’으로 각인시키려는 은행권의 전략이 치열해지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최근 코스피 5000 돌파 시점에 맞춰 일제히 딜링룸 인프라를 점검하고 미디어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등 자사 브랜드 노출을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은행 딜링룸은 원래 외환·채권·파생상품 등을 거래하는 업무 공간이지만, 대외적으로는 실시간 금융 시장의 동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로 기능한다. 특히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의 대형 이슈가 발생할 때 딜링룸의 대형 전광판과 분주하게 움직이는 딜러들의 모습은 관련 보도의 필수적인 배경 화면으로 활용된다. 금융권은 뉴스 화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은행 로고와 최신식 딜링룸의 이미지가 해당 은행을 ‘대한민국 대표 금융기관’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코스피 5000 돌파를 축하하고 있다. 하나은행

현재 미디어 노출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는 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에 위치한 ‘하나 인피니티 서울’을 통해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해당 딜링룸은 약 2096㎡(약 634평) 규모로 국내 최대 면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개방형 구조를 갖추고 있어 언론사의 촬영 요청이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힌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송출되는 다양한 시장 지표와 웅장한 공간감은 하나은행이 수년간 딜링룸 홍보 시장을 주도해왔다.

 

경쟁 은행들의 추격 또한 거세다. 우리은행은 디지털 기술력을 앞세워 차별화를 시도했다. 본점 로비에 4K 초고화질을 지원하는 파노라마 형태의 초대형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시인성을 대폭 강화했다. 기존의 주식 시세판 기능을 넘어 가상자산 시세, 글로벌 뉴스 피드 등 다양한 금융 데이터를 감각적인 그래픽으로 구현하여 시각적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은행은 딜링룸 내부의 보안 절차로 인한 취재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1층 로비에 별도의 대형 현황판을 설치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는 언론의 접근성을 높여 뉴스 노출 빈도를 늘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은 여의도 본점 딜링룸의 리모델링을 통해 쾌적하고 정돈된 이미지를 송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금융에서는 딜링룸이 단순한 트레이딩 공간을 넘어 은행의 자본력과 IT 인프라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 자리 잡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각 은행은 딜링룸 리모델링 및 전광판 교체에 수십억 원 단위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코스피 5000 시대라는 대형 호재를 맞아, 딜링룸은 은행의 ‘최첨단 디지털 금융’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전략적 요충지로서 그 역할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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