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일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금융권의 스포츠 마케팅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보수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역동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올림픽 특수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공식 파트너’ 타이틀을 앞세운 우리금융과 오랜 기간 비인기 종목을 후원해 온 KB·신한·하나금융의 ‘진정성’이 눈길을 끌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대한체육회와 공식 후원 계약을 맺으며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에 이어 다가올 성인 동계올림픽까지 ‘팀 코리아(Team Korea)’의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는 경쟁사들이 개별 종목이나 선수를 후원하는 것과 달리, 국가대표 선수단 전체를 아우르는 공식 파트너로서의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금융은 올림픽 엠블럼과 공식 후원사 명칭을 활용해 다양한 연계 마케팅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16일에는 올림픽 성적과 연계해 최고 연 7.5%의 금리를 제공하는 ‘우리 팀 코리아(Team Korea) 적금’을 출시했다. 국가대표 선수단이 금메달을 획득하거나 종합 순위 목표를 달성할 경우 우대 금리를 제공하는 방식의 상품은 고객들에게 응원의 재미와 금융 혜택을 동시에 제공한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또한 우리금융 본사 외벽에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TV 광고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응원의 힘’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전개하며 올림픽 공식 후원사로서의 브랜드 인지도를 대폭 끌어올리고 있다.
공식 후원사 자격은 없지만 오랜 기간 묵묵히 동계 스포츠를 지원해 온 KB·신한·하나금융은 ‘진정성’과 ‘스토리’를 무기로 내세우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올림픽 기간에만 반짝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비인기 설움 속에서도 땀 흘리는 선수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해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감성 마케팅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KB금융은 2008년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 시절부터 최근 차준환·김채연·최민정·김길리 등 쇼트트랙·스켈레톤까지 동계 스포츠의 핵심 종목 국가대표팀과 유망주들을 후원해오고 있다. 화려한 광고보다는 선수들의 훈련 과정을 조명하고 그들의 꿈을 응원하는 콘텐츠를 통해 ‘국민과 함께 꿈을 키운다’는 그룹의 경영 철학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다.
신한금융은 스키와 스노보드 등 설상 종목에서 유망주를 발굴하는 ‘신한 루키 스폰서십’ 프로그램을 통해 기초 종목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당장의 성적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에 투자한다는 이들의 철학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하나금융 또한 루지와 스피드스케이팅 등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종목의 선수단을 후원하고 있다. 장애인 동계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어 스포츠 마케팅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공식 파트너로서의 프리미엄을 누린다면, 타 금융지주들은 오랜 기간 쌓아온 선수들과의 유대감을 바탕으로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며 “올림픽 기간 중 펼쳐질 금융권의 장외 응원전은 결국 누가 더 소비자의 공감을 끌어내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수들의 뜨거운 승부만큼, 그 뒤에서 펼쳐지는 금융권의 마케팅 경쟁 또한 이번 동계올림픽을 즐기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