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디지털자산기본법에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하기로 해 업계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가상자산거래소를 핵심 유통 인프라로 규정하며 대체거래소(ATS)에 준하는 강력한 소유 분산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들의 지배구조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규제가 적용될 경우 업비트의 송치형 의장은 25.5%의 지분 5.5%를 매각해야 한다. 빗썸(73.6%), 코인원(53.4%), 코빗(60.5%), 고팍스(67.5%) 역시 보유 지분을 대거 처분해야 한다. 업계는 이를 단순한 소유 분산 차원을 넘어, 창업자와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과도한 규제로 받아들이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인위적으로 민간기업의 소유구조를 변경하려는 시도는 자생적으로 성장해 온 디지털자산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라고 비판했고,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혁신 산업의 핵심 동력인 지배구조와 리더십을 행정적으로 조정할 경우 산업 전반의 의사결정 속도와 책임성이 약화 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대주주 지분 제한 움직임은 가상자산거래소의 인수·합병(M&A)와 관련해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 특히 네이버파이낸셜의 완전 자회사 편입을 결의한 두나무는 단일 주주 제한 탓에 재검토를 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미래에셋이 코빗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려던 계획 역시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업계에서 이번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향후 당국 심사 과정에서 지분 분산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전면적인 전략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가상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안에 거래소 대주주 지분 규제 조항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일률적 상한을 적용하기보다 시장점유율에 따라 규제 강도를 달리하는 ‘차등 규제’가 함께 논의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르면 다음 주 가상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안을 발의하고 거래소 대주주 지분 규제의 구체적 설계에 대해 금융당국과 추가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가상자산거래소는 이날 국회를 찾아 대주주 지분 제한 방안에 대한 업계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5대 거래소대표들 전원이 참석할지, 일부만 방문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