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에 빠진 KT] ‘복마전 이사회’ 무자격 논란에 인사 청탁까지

조승아 전 사외이사 무자격 논란 끝 사퇴
이승훈 사외이사, 인사 청탁 의혹 불거져
"거버넌스 개혁이 KT 이사회 정상화의 핵심" 한 목소리

KT 이사진이 무자격 사외이사 논란에서부터 인사 및 투자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례까지 논란의 중심에 섰다. KT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이사진 내 낙하산 인사 배제, 이사진 구성 다양화 등의 해법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KT 광화문 사옥 전경. 뉴시스

 

 국내 대표적인 ‘주인 없는 회사’ 중 한 곳인 KT가 이사진의 전횡에 몸살을 앓고 있다.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본래의 역할은 도외시한 채 자격 논란에서부터 인사 부당 개입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KT의 경영이 정상화하려면 이사진 내 낙하산 인사를 배제하는 한편, 이사진 구성을 더욱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사권까지 탐내는 이사회…1년 8개월간 무자격 사외이사도

 

 KT 이사회는 지난해 11월 대표이사의 인사권에 대해 자신들의 사전 심의·의결을 받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통상 인사권은 대표이사의 고유권한인데 이를 이사회가 들여다보겠다는 얘기다. 이사회 월권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승훈 사외이사는 인사 청탁 및 투자 압력 행사 의혹을 받는다. KT 새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이 사외이사는 전략실과 재무실을 총괄하는 경영기획총괄 자리를 달라는 인사 청탁과 독일 리바다라는 인공통신업체에 투자 압력을 행사했다”면서 “사외이사 본연의 임무인 경영 감시를 망각하고 오히려 권력을 이용해 사익을 취한 파렴치한 행태”라고 꼬집었다. KT 이사회는 오는 9일 이 사외이사와 관련된 인사 및 계약 청탁 의혹에 대한 안건 사전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앞서 KT 이사회에선 사외이사 자격 논란도 불거졌다. 조승아 전 사외이사는 현대제철 사외이사를 겸직하며 상법상 결격 사유가 발생했지만 이사회는 이를 1년 8개월간 인지하지 못했거나 사실상 묵인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 사외이사 재임 시 행해진 CEO 선정 등 주요 의결의 법적 효력을 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조 사외이사는 겸직 논란이 불거지자 상법 제542조의8 제2항에 따라 지난해 말 사외이사직을 상실했다.

 

 ◆“政, 보은인사 유혹 버려야”…“이사회 혁신, KT 정상화 첫걸음”

 

 정치권과 학계를 비롯해 KT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는 KT의 거버넌스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 중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이사회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사외이사들이 전문성을 토대로 자신들의 의견을 낼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황 교수는 이어 “KT는 정권의 입맛에 좌지우지되는 대표적인 기업”이라면서 “정부가 보은인사의 악순환을 끊어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다면 KT 이사회 개혁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부연했다.

 

 KT 새노조는 이사회 혁신이 KT 정상화의 출발점이라고 역설했다. 이들은 최근 성명을 통해 “무자격이사, 사익 이사, 청탁 비리 이사로 점철된 현 이사회는 KT의 미래를 논할 자격이 없다”면서 “이사회는 작금의 사태와 KT를 위기에 빠뜨린 책임을 지고 총사퇴해야 하며 주주와 노동자가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하고 투명한 사외이사 선임 절차를 새로 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사진을 보다 다양하게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소유 분산 기업인 KT는 통신 서비스의 공공성과 책임성, 안정성에 바탕을 둔 책임있는 이사회 구성이 필요하다”면서 “KT 이사진 개편은 노동 이사, 소비자 이사, 국민연금 추천 이사 등 다양한 출신으로 이사진을 구성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KT 보유목적 바꾼 국민연금, 이번엔 제 역할 할까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국민연금공단이 KT 지분 보유목적을 일반투자 목적으로 변경한 점도 눈길을 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달 29일 KT 지분 0.62%를 처분함에 따라 보유지분이 종전 7.67%에서 7.05%로 변경됐다고 지난 2일 공시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은 단순투자목적에서 일반투자목적으로 보유목적을 변경했다.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하면 ▲정관 변경 ▲임원의 선임 및 해임 청구 ▲배당 정책 제안 등 경영 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수준의 주주제안이 가능해진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달 29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어 KT 등 주요 투자기업들에 대한 주주권 행사 방향을 논의한 바 있다. 다만 국민연금의 권한 확대가 정권의 코드에 맞는 인사를 이사회로 내리꽂는 형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황 교수는 “KT 지분의 약 7%를 가진 국민연금이 독립적인 주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느냐도 KT 거버넌스 개혁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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