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동물보호시설인 척 하면서 무료 입양을 광고한 3개 펫숍이 각자 홈페이지에서 사용한 이미지. 해당 이미지를 봤다면 그곳은 동물보호소가 아닌 펫숍이다. 한국소비자원 제공
#1. A씨는 지난해 6월 동물판매업자로부터 생후 3개월 반려견을 분양받고 55만원을 지급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한 결과 곰팡이성 피부염을 진단받았고 A씨는 판매업자에게 향후 치료비 배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판매업자는 계약서상 3대 질병(파보, 홍역, 코로나)만 보상 가능하다며 거부했다.
#2. B씨는 지난해 1월 동물판매업자로부터 생후 2개월 반려견을 분양받고 170만원을 지급했다. 이 반려견은 사흘만에 구토 및 설사 증상을 보였고 다음달 병원에 입원했으나 나흘 뒤 폐사했다. 이에 B씨가 분양대금 환급을 요구했으나 판매업자는 다른 반려견으로의 교환을 제안하며 이를 거부했다.
#3. C씨는 2023년 12월 동물판매업자로부터 반려묘를 분양받으며 사업자의 권유로 병원비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멤버십 서비스 가입비용으로 150만원을 지급했다. 다음날 C씨는 판매업자로부터 연계 동물병원 목록을 받았는데 가입 당시의 설명과 달리 거주지역 내 이용 가능한 동물병원이 한 곳뿐이어서 계약해지 및 환급을 요구했다. 이에 판매업자는 전액 환급은 불가능하며 위약금 30%를 공제 후 환급하겠다고 했다.
반려인구의 증가 속에 이처럼 반려동물 매매와 관련한 소비자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5일 한국소비자원은 전국의 체인형 동물판매업체 8개를 조사한 결과, 매매 계약서상 중요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계약 해지를 제한다는 등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조사 업체들은 최근 3년 6개월간 소비자의 피해구제 신청이 많았던 곳들이다.
2022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소비자원에 접수된 반려견 및 반려묘 관련 피해구제 신청건수는 총 743건에 달했다. 피해 유형별로는 반려동물의 ‘질병・ 폐사’가 54.8%(407건)로 가장 많았고, ‘멤버십 계약’ 관련이 20.3%(151건)이 그 뒤를 이었다.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 판매 시에는 매매 계약서에 건강 상태 및 진료 사항 등 중요 정보를 기재해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조사대상 사업자의 87.5%(7개)는 건강 상태나 예방접종 일자 등을 기재하지 않았다. 또 50.0%(4개)는 질병・폐사 시 배상기준이 없거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비해 불리하게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조사대상 8개 사업자 모두 반려동물 매매와 함께 ‘평생 동물병원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는 50~160만원 상당의 멤버십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 중 75.0%(6개)는 단순 변심이나 개인 사정에 따른 중도해지를 제한했고, 25.0%(2개)는 계약대금의 30~50%에 이르는 과도한 위약금을 부과해 소비자의 계약해지권 행사를 방해하고 있었다.
또한 조사대상의 절반(4개)이 자체 홈페이지, SNS에 비영리 목적의 동물보호시설로 오인할 수 있는 명칭을 사용하며 무료 입양을 광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동물의 품종과 연령에 따라 10~150만원의 책임비나 250만원 상당의 멤버십 가입을 요구하고 있었다.
소비자원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관계부처에 동물판매업자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및 동물보호시설 오인 명칭 사용 제한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이에 더해 소비자에게 ▲동물의 건강 상태, 질병・폐사 시 배상기준 등 중요 정보가 매매 계약서에 기재됐는지 살필 것, ▲멤버십 상품의 중도해지 요건 및 위약금 기준을 반드시 확인할 것 ▲무료 입양 광고에 현혹되지 말 것 등을 당부했다.
한 비영리 동물보호소 관계자는 “실제 동물보호소는 입양 과정에서 ‘무료’라는 식의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무료입양을 강조하면 오히려 더 의심을 하고 꼼꼼하게 살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