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A씨는 최근 설계사 권유로 7년 유지한 보험을 깨고 신상품에 가입했다가 낭패를 봤다. “보장은 좋고 보험료는 싸다”는 말과 달리 실제 보장 범위는 줄었고 중도 해지로 원금 손실까지 입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설계사가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유도한 ‘부당승환’이었지만 이미 자필 서명을 마친 A씨는 구제받기 어려웠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보험 관련 민원이 전체 금융 민원 중 절반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산업의 신뢰가 벼랑 끝에 몰린 가운데 최근 보험사들은 현장 접점인 법인보험대리점(GA) 관리 등을 통해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KB손해보험은 국내 최대 GA인 지에이코리아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단순 상품 판매를 위한 협력을 넘어 판매 채널의 내부통제, 민원 처리와 예방, 개인정보 보호 체계 고도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삼성화재 역시 지난달 26일 토스인슈어런스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보폭을 맞췄다. 이번 협약은 보험사와 GA간 협력을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 활동을 체계화하고 GA 내부통제 수준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양사는 리스크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 민원 예방 및 신속 처리 협력, 개인정보 보호 관리체계 고도화 등을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현장 영업 채널과 협력을 강화하며 소비자 권익 보호와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지만, 같은 날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이찬진 금감원장이 던진 메시지는 보험사들의 자구책보다 훨씬 무거웠다.
이날 이 원장은 지난해 접수된 보험 민원이 약 6만3000건으로 전체 금융 민원의 절반에 달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구체적 해법으로 소비자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건전한 기업문화 확립을 제시했다. 상품 전 생애주기에 걸친 소비자보호 지표를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하고 분쟁 감축 전략을 임직원 성과보상체계와 연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융당국은 오는 7월부터 GA 설계사에 대한 ‘1200%룰(초년도 모집수수료 제한)’을 확대 시행하고 2027년부터는 판매 수수료를 4년, 2029년에는 7년까지 분할 지급하는 ‘수수료 분급 제도’를 순차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당국의 의지와 달리 현장은 벌써 ‘규제 전 막차 타기’로 혼탁한 모습이다. 수수료 규제 전 설계사 확보를 위한 영입 전쟁이 가열되면서 무리한 인력 이동에 따른 부당 승환과 과도한 사업비 지출이 소비자 피해로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이 원장이 “제도 개편의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건전한 모집 질서 확립에 적극 동참해달라”며 업계에 강력한 경고장을 날린 이유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