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또 경영권분쟁 수순?… 이번엔 최대주주vs창업주 가족

 

창업주 형제-모녀간 경영권 분쟁으로 내홍을 겪은 한미약품그룹이 이번에는 최대주주와 창업주 가족의 갈등으로 흔들리고 있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부인 송영숙 회장과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자산 가압류 소송 중이며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의 연임 등에서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이달 중 한미약품 주주총회를 앞둔 상황에서 이사회 구성을 두고 주도권 다툼을 벌이면 그룹이 또 한 번 경영권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앞서 한미약품그룹은 2024년 초 상속세 문제로 송 회장·임주현 부회장의 ‘모녀 측’과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으로 나뉘어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신 회장은 그해 3월 형제 측에 섰다가 4개월 뒤 모녀 측과 손잡으며 국면을 반전시켰다. 결국 지난해 2월 그룹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사임하고 송 회장이 대표로 복귀하면서 창업주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모녀 측의 승리로 끝났다.

 

이후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외부 영입 인사인 김재교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한미약품 박 대표와 함께 전문경영인 체제가 들어섰다. 한동안 평화로운 듯했던 구도는 올해 들어 신 회장과 전문경영인인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간 갈등이 표출되면서 균열이 발생했다.

 

박 대표는 지난달 중순 신 회장과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팔탄공장 임원의 성추행 징계 과정에서 신 회장이 가해자에게 조사 사실을 누설하고 비호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신 회장이 원가 절감을 위해 이상지질혈증 치료신약 ‘로수젯’의 원료를 미검증된 중국산으로 바꾸려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신 회장은 간담회를 열어 징계 절차에 관여한 바 없으며, 오히려 박 대표가 연임을 위해 청탁하러 온 자리의 대화가 왜곡된 채 녹취록에 공개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한미약품 임직원들이 최근 본사 로비에서 신 회장을 비판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며 박 대표를 지지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송 회장이 최근 박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5일 입장문에서 “대주주는 경영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견실한 방향을 제시하고 지지하며, 전문경영인은 부여된 권한과 책임 아래 회사를 이끌어가는 것이 한미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길”이라며 “한미는 특정 개인 한 사람이 전권을 쥐고 운영할 수 없는 기업”이라고 신 회장을 저격했다.

 

이렇듯 개인 최대 주주와 창업주 가족이 이견을 보이면서 박 대표 등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한미약품 이사 5명 선임을 두고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생겼다. 신 회장이 독자 노선을 걷거나 표 대결에서 다른 목소리를 낸다면 그룹 경영권의 향방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질 수 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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