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민생 안정과 경제 회복을 위해 신속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주문한 가운데 주무부처인 기획예산처와 관계 당국이 주말도 반납한 채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단 정부는 중동 사태에 따른 유가 급등의 충격을 줄이고,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민생 지원에 주력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추경 규모가 최대 2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李대통령 추경 주문…관계부처 주말에도 회의 열어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불안한 중동 정세와 관련해 최대한 신속하게 추경을 편성해달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기획예산처는 다음날 관계 부처 회의를 열고 추경 편성 절차에 들어갔다. 기획처는 부처별 예산요구서가 취합되면 관련 협의를 거쳐 추경안을 편성, 국무회의 심의에 올릴 계획이다.
15일 정치권과 관계 당국 등에 따르면 올해들어 처음인 이번 추경 계획은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며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치솟았는데, 휘발유와 경유 등 기름값은 우리나라 물가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도 추경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확산에 요인이 됐다.
국가재정법 등에 따르면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이 추경 사유에 해당한다.
예산 당국은 최근 중동 사태와 유가 불안이 이러한 추경 요건에 부합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 추경안, 유가 충격 완화·민생 안정에 주안
정부가 구상하는 추경안은 유가 상승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고, 서민과 소상공인, 농어민 등을 중심으로 한 민생 안정을 도모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부는 자영업자와 농민 등 취약계층에 에너지바우처 등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 급등의 직격탄을 맞은 유통과 물류업계 지원책도 마련하고 있다. 국제 정세에 영향을 받는 수출기업을 뒷받침하는 방안도 준비한다.
경기가 위축되면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 소상공인이나 비수도권 지역을 배려한 정책도 필요하다. 직접 지원의 경우, 현금보다는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하면 지역상권 매출로 이어지는 이중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시행된 석유 최고가격제로 정유사가 입은 손실을 보전할 재원을 추경에 반영할 지도 검토 대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가격을 정하되, 그로 인한 손실은 정부 재정으로 보전하게끔 돼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속도전 주문에 주요 부처 당국자들은 전날인 토요일에도 예산안 편성을 위한 회의 등 실무 작업에 매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구체적 추경 시점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고 있으나 일각에선 주요 기업의 법인세 신고·납부 시한인 이달 말 이전에 추경안이 나올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다.
◆추경 규모…최소 10조에서 최대 20조까지
정부는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초과 세수를 활용해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15조∼20조원 정도가 적정한 추경 규모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등이 호황을 맞아 세수 풍년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높아져 법인세가 5조3000억원 정도 더 걷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법인세와 증권거래 증가에 따른 초과 세수가 최소 10조원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정부는 현재로선 결정된 것이 없다며 성급한 예단을 경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