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사 20개 숨겼다”…공정위, 정몽규 HDC 회장 검찰 고발

사익편취 규제∙공시의무 피해
HDC, “단순 누락…소명 계획”

공정거래위원회가 17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을 친족 회사 현황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해 11월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에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17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을 친족 회사 현황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해 11월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에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뉴시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친족 계열사를 수년 간 다수 누락해온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7일 검찰에 고발 당했다. 공정위는 정 회장이 이러한 지정 자료 허위제출 행위를 인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누락 친족 계열사…19년 간 20개에 달해

 

 이날 공정위 등에 따르면 정 회장 측이 해당 지정 자료를 제출하면서 중복을 제외하고 누락한 계열사는 총 20개로 파악됐다. 자료를 허위로 낸 행위는 정 회장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에이치디씨(HDC)의 동일인, 즉 총수로 지정된 2006년부터 2024년까지 장장 19년에 걸쳐 이어졌다. 다만, 공정위는 공소시효가 5년인 점을 감안해 2021년 이후 누락 행위만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17개, 2022년 19개, 2023년 19개, 2024년 18개를 빼놨다. 

 누락 회사 가운데 SJG홀딩스 등 12개는 정 회장의 외삼촌인 박세종 SJG세종 명예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기업이다. 또한 인트란스해운 등 8개는 정 회장의 여동생 정유경 씨와 그의 남편 김종엽 씨(인트란스해운 대표) 일가가 지배한다.

 

◆정 회장, 지정 자료 허위 제출 미리 알았나

 

 공정위는 정 회장이 오랜 기간 총수의 위치에 있었고, 친족 간의 교류가 계속돼온 점 등을 근거로 그가 지정 자료 허위제출을 사전에 인식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현저하거나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지정 자료 누락이 고의적이라고 의심할 만한 정황도 일부 포착됐다.

 앞서 공정위는 2021년 정 회장의 사촌인 정몽진 KCC 회장을 지정 자료 누락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는데, 당시 정 회장이 이 사안을 보고 받고 해당 친족을 직접 만나보도록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HDC그룹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임직원과 정 회장의 비서진이 친족 회사 누락사실을 발견한 뒤 해당 회사로부터 계열 요건에 해당한다는 답변을 받자, 예상되는 제재 수준을 검토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HDC그룹, “단순 누락에 불과…혐의 소명할 것”

 

 이번에 누락이 확인된 회사들의 자산 합계는 1조원을 넘어선다. 박 명예회장 일가가 소유한 전시업체 쿤스트할레는 HDC 계열사에 건물관리 업무를 맡기는 등 장기간 거래 관계를 이어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들 기업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빠져 사익편취 규제나 공시의무 등을 적용 받지 않았다. 공정거래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지정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HDC그룹은 입장 자료를 내고 “(정 회장이) 그동안 지분 보유나 거래관계 없이 처음부터 상호 독립적으로 운영돼 온 친족 회사들에 대한 신고 과정에서 단순 누락을 한 것에 불과하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HDC그룹은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 절차를 개선했으며, 향수 수사 등의 절차에서 정 회장의 고의적 은폐 의도가 없었음을 적극 소명하겠다는 계획이다.

 HDC그룹은 “정 회장이 어떠한 부당한 의도나 동기가 없었다는 점을 소명할 것”이라며 “HDC는 무엇보다 준법 경영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앞으로도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기업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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