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승의 IT 스토리] AI 거품론 잠재운 마이크론…‘최대 실적’에 5년짜리 SCA 체결까지

마이크론 매출 1년 새 3배 껑충…"다음 분기 매출 40% 더 늘 것"
'구속력 강한' 초장기 SCA 체결까지…AI 초호황, 계약 관행 바꾼다

우리는 어제의 혁신이 오늘의 상식이 되는 속도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제 IT를 알아야 시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오현승의 IT 스토리]가 세상을 움직이는 기술의 흐름, 그 중심에서 꼭 필요한 이야기만 골라 전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사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가 1년 새 3배 급증한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하면서 AI 투자가 정점에 다다랐다는 이른바 ‘AI 피크아웃’ 우려를 불식시켰다.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이 부족한 상황을 활용해 고객사와 처음으로 5년짜리 초장기 계약도 맺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는 빅테크의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에 따른 메모리 수요가 여전히 강력하다는 걸 방증한다.

 

 마이크론은 19일 회계연도 2026년 2분기 실적발표에서 매출액 238억6000만 달러, 영업이익 161억3500만 달러를 시현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6.3%, 810.0% 급증했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일 뿐만 아니라, 직전 분기 제시한 실적 가이던스를 크게 웃도는 성적표다. 마이크론은 향후 실적에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회사는 다음 분기 매출 335억 달러로 제시했다. 2분기 대비 40.4%나 늘어난 수준이다. 

 

 마이크론은 핵심 성장축인 데이터센터 메모리 수요 비중이 50%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공급 부족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크론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용 HBM4를 올해 초 양산하고 내년엔 성능을 대폭 개선한 HBM4E 양산에도 나설 계획이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마이크론은 강력한 수요 환경, 업계 내 공급 부족, 탁월한 실행력에 힘입어 매출, 총마진, 주당순이익(EPS), 잉여현금흐름 등 모든 부문에서 신기록을 달성했으며, 3분기에도 상당한 기록 경신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AI 시대에 메모리는 전략적 자산이 됐다”면서 “마이크론은 고객사의 증가하는 수요를 지원하기 위해 글로벌 제조 시설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예로 마이크론은 지난 16일 대만 PSMC의 P5 공장 인수를 완료했다. 이 곳은 마이크론의 기존 대만 사업 운영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데, 약 24㎞ 떨어진 타이중의 수직 통합형 메가 캠퍼스의 확장 시설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 곳엔 HBM을 포함한 최첨단 D램 제품을 제조하는 역할을 맡는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 마이크론 제공

 

 마이크론이 고객사와 처음으로 5년짜리 ‘전략적 고객 계약(SCA)’을 체결한 점도 초호황 기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근거다. 메모리 공급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고객사가 SCA를 통해 물량 확보에 나선 것이다. 종전 ‘장기 공급 계약(LTA)’은 시장 상황이 나빠질 때 고객사가 구매 결정을 번복하는 경우, 공급사의 경영 안정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는 구조다. PC 수요 급감과 소비 침체가 겹쳤던 2023년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삼성전자 DS부문은 14조8800억원, SK하이닉스는 7조7303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SCA는 다년간의 기간에 걸친 구체적인 이행 약속을 강제한다. 자연스레 공급사로선 사업 모델의 가시성과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다.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이날 “최근 마이크론이 첫 번째 5년 단위 SCA를 체결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전했다.

 

 작금의 메모리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향후 반도체 업계의 계약 구조를 변화시킬 거란 전망이 나온다. 대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LTA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시장에 남아있을 수 있는데, (공급사들은)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다양한 옵션을 포함한 계약 체결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마이크론 실적은 통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1개월가량 앞서 발표된다는 점에서 메모리 업계의 실적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이 회사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국내 반도체 투톱의 실적 기대감도 높아진다. 마이크론의 호실적에 근거해 주요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를 더욱 높여잡을 가능성도 나온다. 한 예로 대신증권은 지난 16일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201조원에서 242조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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