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케어 시장은 지금 말 그대로 ‘전쟁터’다. 정부가 탈모 치료의 건강보험 적용 논의를 꺼내면서 탈모는 이제 특정 연령대의 고민을 넘어 전 국민 건강 이슈로 자리 잡았다. SNS에는 “3주 만에 머리 난다”는 자극적 문구가 쏟아지고, 매일 검색창을 열 때마다 새로운 ‘탈모 샴푸’가 등장한다. 하지만 정작 “왜 빠지고, 왜 다시 자라는가”, 탈모의 근본적인 원리를 설명해주는 곳은 거의 없다.
그 사이에서 묵묵히 30년 동안 ‘모발의 메커니즘’만 파고든 연구자가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출신으로 30년 이상 탈모를 연구해 온 양미경 박사는 현재 두피케어 브랜드 리필드의 연구소장을 맡아 발모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탈모케어의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 탈모 연구 30년 외길…“머리카락은 이유 없이 빠지지 않는다”
저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서울대병원 암연구소에서 세포 신호 연구를 이어왔습니다. 이후 탈모·모발 이식 분야에서 30년 넘게 진료와 연구를 병행해 왔고, 현재는 탈모 전문 병원을 운영하며 실제 환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모발은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작은 생명체처럼 끊임없이 성장 신호를 주고받는 구조입니다. 저는 모유두 세포가 어떤 신호를 받을 때 모발이 자라고, 어떤 신호가 억제될 때 탈모가 시작되는지 그 과정 자체를 연구해 왔습니다. 현재는 리필드 연구소장으로서 모발 성장 신호를 깨우는 성분 연구·특허 개발·임상 연구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발모 신호를 움직이는 특허 성분의 발견
탈모는 겉으로만 보면 “빠졌다, 다시 났다”의 반복이지만, 실제로는 수십 개의 생물학적 신호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시스템입니다.
모발은 케라틴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신호가 무엇인지가 제 연구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기존 연구에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특정 물질의 실험 데이터를 다시 분석할 기회가 있었고, 그 물질이 모낭 형성 신호와 강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처음엔 “설마?” 했습니다. 하지만 추가 연구 끝에 이 물질이 모유두 세포의 신호 전달과 직결된다는 점을 밝혀냈고, 그 결과 발모·육모를 촉진하는 메커니즘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30년에 가까운 연구 끝에 이 발모 신호 기반 물질로 한·미·중 3개국 특허도 확보하게 됐습니다.
▲ 리필드와의 만남… “한 달간 공부해 온 대표, 판매만 말하던 곳들과 달랐다”
특허 성분을 개발한 이후 중국이나 싱가포르에서 제품화를 제안하는 여러 곳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어떻게 팔까?”라는 이야기에 집중하고, 성분의 원리나 연구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리필드 창업자인 정근식 대표는 달랐습니다. 처음에 제가 설명한 메커니즘을 듣고 난 뒤, 한 달 동안 스스로 공부해 다시 찾아올 정도로 연구 내용 자체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연구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연구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가치를 존중하는 파트너가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리필드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탈모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한 솔루션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기업이라고 판단해 합류를 결심했습니다.
▲ 리필드에 적용된 특허 성분… “모유두 세포의 발모 스위치를 켜다”
탈모는 결국 모유두 세포의 신호 전달이 약해지면서 시작됩니다. 제가 발견한 ‘사이토카인(Cytokine)’ 복합 성분은 NAADP와 cADPR 성분을 활용한 것으로, 모유두 세포의 신호 전달 경로를 활성화하고 모발 성장을 방해하는 신호를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두피를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발모가 시작되는 지점을 직접 자극하는 방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두피와 모낭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리필드가 완성한 탈모 케어의 방식
탈모는 단순히 모발이 빠지는 현상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모낭의 상태와 모발 성장 주기를 함께 이해해야 합니다. 특히 모낭의 중심 역할을 하는 모유두 세포가 어떤 신호를 받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모발은 성장기, 퇴행기, 휴지기라는 주기를 반복하는데, 이 과정에서 성장 신호가 약해지거나 억제되면 모발이 점점 가늘어지고 결국 탈모로 이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탈모는 두피 환경을 개선하는 것과 함께 모낭 세포의 신호 전달 체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에 연구자로서 제품 개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기준은 단 하나였습니다. “실제로 작용하는 메커니즘이 있는가?” 시중에는 탈모 제품이 정말 많지만, 실제 모발 성장과 관련된 세포 신호에 어떻게 작용하는지까지 설명되는 제품은 많지 않습니다. 리필드에서는 제가 연구한 사이토카인 성분 기반의 과학적 메커니즘으로 제품을 개발해 탈모 관리에 있어 객관적이고 근본적인 접근법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리필드는 탈모를 단순히 제품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 않고, 두피 상태와 모낭 건강을 함께 관리하는 헬스케어적 접근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특허 성분 기반의 제품으로 발모 신호를 활성화하면서 두피 환경까지 함께 다루는 방식으로 연구와 개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최근 탈모 시장… “빠르게 크는 만큼 오해도 함께 커졌다”
과거에는 탈모를 특정 연령층의 문제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 그리고 비교적 젊은 연령대에서도 탈모 관리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탈모가 단순히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과도 연결된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탈모 관리 제품과 정보가 다양해지면서 소비자들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진 측면도 있습니다. 다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과학적 근거보다 마케팅 중심으로 접근하는 제품도 많아진 만큼, 실제 모발 성장 메커니즘에 기반한 연구와 제품 개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봅니다.
▲ 탈모 샴푸로 머리 난다?… “좋게 말하면 ‘관리’, 솔직히 ‘치료’는 어려워”
많은 분들이 탈모 샴푸를 탈모를 치료하는 제품처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샴푸는 기본적으로 두피와 모발을 씻어내는 제품입니다. 탈모를 유발할 수 있는 자극 성분을 최소화하고 두피 환경을 관리하는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샴푸 자체가 발모를 일으키거나 탈모를 치료하는 역할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샴푸는 짧은 시간 사용 후 바로 씻어내기 때문에 활성 성분이 충분히 작용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탈모 관리에서는 두피 환경 관리와 함께 모낭의 생물학적 신호에 작용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 리필드에서의 포부… “탈모 관리, 과학적 메커니즘 기반의 두피 헬스케어로 확장할 것”
탈모 연구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은 분야입니다. 탈모를 단순히 제품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모발 성장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한 ‘두피 헬스케어’ 영역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리필드에서도 두피 데이터와 연구를 기반으로 탈모 관리 솔루션을 발전시키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개인의 두피 상태와 모발 상태에 맞는 보다 정밀한 탈모 관리 방식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황지혜 기자 jhhw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