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자형 양극화] 미국·대만·일본은 어떻게 돌파하고 있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첨단 복합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인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첨단 복합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인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의 독주로 인한 ‘K자형의 양극화’는 한국만의 고민이 아니다.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인 대만, 그리고 경제 체질 개선에 나선 일본 역시 첨단 산업의 화려함에 가려진 전통 제조업의 침체와 소득 불균형이라는 무거운 숙제를 안고 있다. 이들 국가는 일회성 지원이 아닌 산업 생태계 구조를 재설계하고 무너진 계층을 복원하며 양극화의 해법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먼저 미국은 첨단 산업의 결실이 실리콘밸리 등 특정 지역과 고학력 계층에만 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급망 내재화와 지역별 혁신 허브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24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제정된 칩스법(CHIPS Act)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과거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 벨트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오하이오와 애리조나 등을 첨단 제조 거점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이는 IT 인력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제조 숙련공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올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한 것이다. 동시에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일부 농산물 관세를 인하하고 식품 업계의 반경쟁 행위를 조사하는 등 하단 계층의 생활비 부담 경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한 50년 만기 초장기 모기지 도입 검토와 관세 수입을 재원으로 한 서민 배당금 구상은 자산 격차를 줄이려는 파격적인 시도로 평가받는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정부 들어 강력한 보호무역과 규제 완화를 통해 인위적으로 제조업과 저숙련 노동자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관세발 인플레이션이 오히려 K자형 양극화를 가속화한다는 비판이 나온 상황이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정점인 대만은 TSMC가 국내총생산(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전통 산업의 스마트화를 국가적 과제로 채택했다. 반도체 산업의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을 기계, 금속, 섬유 등 전통 제조업에 이식하는 디지털 전환(DX)에 사활을 걸었다. 대만 공업기술연구원(ITRI)은 반도체 공정의 정밀 제어 기술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전수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의 기술 공유 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또한 신남향정책을 통해 전통 제조업의 시장을 다변화함으로써 특정 업황에 국가 경제가 휘청이는 리스크를 분산하고 첨단 기술의 온기가 하부 생태계로 강제로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연결 고리를 직접 구축했다.

 

일본은 2021년 ‘새로운 자본주의’ 기조 아래 성장의 결실을 노동자에게 직접 배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과거의 낙수효과에만 기대지 않고 기업이 임금을 올릴 때 세액 공제 혜택을 대폭 강화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간의 소득 격차를 줄이는 구조적 임금 인상을 추진 중이다. 또한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를 전격 개편해 예금에 묶여 있던 서민들의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유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반 가계가 기업 성장의 결실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고소득층과의 자산 형성 기회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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