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3주에 걸쳐 이란에 극도로 강력한 타격을 가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 말 한마디에 국내 금융∙외환시장은 2일 말그대로 패닉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 33일째인 이날 오전 미 백악관에서 진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이같은 엄포를 놨다. 그는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라면서도 “이 기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들(이란)의 발전소를 매우 강력하게, 아마 동시에 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종전 기대를 하루 만에 손바닥 뒤집듯 뒤집은 이 같은 언급에 국내 증시와 환율은 발칵 뒤집혔다. 코스피의 이날 하루 최고가와 최저가 간 격차는 무려 404.35포인트에 달했다.
코스피는 전장 대비 244.65포인트(4.47%) 밀린 5234.05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장 보다 72.99포인트(1.3%) 오른 5551.69에 출발하며 전날의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오전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알려지며 내림세로 전환하더니 오후 들어선 낙폭을 더욱 늘렸다. 강세로 출발했던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59.84포인트(5.36%) 빠진 1056.34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30원 가까이 뚝 떨어진 1501.3원에 주간 거래를 마쳐 점차 안정세를 찾는 듯 했던 원∙달러 환율도 다시 껑충 뛰며 증시를 짓누를 태세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8.4원 오른 1519.7원을 나타냈다.
전황이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국제 유가도 다시 뜀박질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직후 브렌트유와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선물 가격은 배럴당 각각 105달러와 100달러를 넘겨 가파른 오름세로 돌아섰다.
좀처럼 출구가 안 보이는 중동 전쟁의 충격파는 대한민국 경제를 점점 옥죄고 있다. 기름값 상승 여파가 슬슬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석유류가 9.9% 치솟으며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1996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시 1500원대에 진입한 원달러 환율은 시차를 두고 수입 농수산물과 가공식품 가격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은 4월 이후 소비자 물가는 국제 유가 상승의 영향을 받아 오름 폭이 확대될 걸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 항공료 등 서비스 가격 상승도 우려된다.
박주란 삼성증권 연구원은 “확실한 협상 진전 양상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당분간 시장의 의구심이 지속돼 상하방이 동시에 억눌린 고유가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체감 물가 안정을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중동 전쟁의 여파와 관련 “비상 상황에는 그야말로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민생 경제 전시 상황이라는 엄중한 인식을 갖고 당면한 위기 타개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