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과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쏠림을 막기 위해 추가 대출 규제 강화에 나선다. 지난 1일 발표된 다주택자 대상 대출 연장 제한 조치에 이어, 오는 7일 시중은행권 여신 담당 부행장급들과 긴급 실무회의를 개최하고 가계대출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3대 핵심 규제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번 대책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엄격한 잣대 적용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사각지대 전면 해소 ▲은행의 자본 확충 부담을 높이는 위험가중치(RWA) 상향을 골자로 한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DSR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그간 산정 대상에서 제외됐던 예외 항목들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그간 가계부채 관리의 핵심 지표로 작동해 온 DSR은 전세자금대출이나 정책금융 상품 등 예외 항목이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전세대출과 정책금융 상품이 주요 타깃이다. 현재 1주택자가 수도권이나 규제지역에서 전세대출을 받을 경우 이자 상환분만 DSR에 반영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이를 확대 적용하거나 무주택자의 고액 전세대출 이자분까지 규제권에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총액 1억원 이하 소액 대출에 적용되던 DSR 면제 조항을 폐지해 사실상 모든 가계대출을 소득 범위 내에서 관리한다는 구상이다.
은행의 대출 공급 능력을 직접 제어하는 위험가중치 상향 조정도 강력한 압박 수단이 될 전망이다. 금융위는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되는 위험가중치 하한선을 현행 20%에서 25%로 5%포인트 인상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위험가중치가 높아지면 은행은 동일한 금액의 대출을 취급할 때 더 많은 자기자본을 쌓아야 한다. 이는 곧 은행의 대출 여력 축소와 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출액이 4억원을 초과하는 고액 주담대에 대해서는 최대 35%의 할증 위험가중치를 부여하는 ‘차등적 규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또한 비거주 1주택자를 다주택자에 준하는 규제 대상으로 편입시키는 방안도 본격화된다. 본인이 직접 거주하지 않으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 성격의 1주택 구입에 대해서는 주담대 취급을 제한하거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30% 이하로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거주 목적이 증명되지 않은 주택 보유는 투기 수요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부모 봉양, 직장 이동, 질병 등 불가피한 사유는 예외로 인정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세부 기준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이번 실무회의 직후 범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구체적인 시행 시기를 조율할 계획이며, 이르면 내달 초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전망치의 절반 수준인 1.5% 내외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가계부채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며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만큼,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부채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치로 인해 실수요자의 대출 문턱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당국은 무분별한 레버리지 활용이 경제 전체의 리스크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