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 아닌 성장성으로 신용평가…소상공인 금융 문턱 낮아진다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체계(SCB) 도입방안 발표
하반기부터 7개 은행 약 1.8조원 소상공인 대출 시범 적용
2028년 전면 확대 예정…70만명 소상공인 혜택 전망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한 제3차 신용평가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그간 신용평가체계 개편방안을 논의해 온 민간 전문가, 관계 기관,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연합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신용보증재단중앙회 등 소상공인 관련 금융정책 수요자와 현장 여신 담당자 등과 함께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체계 도입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위 제공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한 제3차 신용평가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그간 신용평가체계 개편방안을 논의해 온 민간 전문가, 관계 기관,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연합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신용보증재단중앙회 등 소상공인 관련 금융정책 수요자와 현장 여신 담당자 등과 함께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체계 도입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위 제공

#30대 홍모씨는 지역상권에서 특색있는 메뉴로 입소문을 탄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단골과 온라인 주문이 증가하면서 매출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신용등급(CB)평가에서는 이런 상황이 반영되지 않아 은행대출을 받지 못하고 약 20%의 높은 금리의 대출을 고려해야 했다. 그러나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SCB)를 통해 사업장의 매출 성장 추이, 온라인 주문 증가율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됐고 지속적인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성장형 사업자’로 평가돼 연 5%대 금리로 4000만원의 소상공인 대출을 승인받았다. 

 

앞으로 소상공인들의 사업 자금 조달 여건이 한층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사업 성장성’까지 반영하는 새로운 SCB를 개발해 도입하면서, 그동안 대출이 어려웠던 소상공인들도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금융을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9일 매출, 업종, 상권 등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업종별 소상공인의 미래 성장성을 평가하는 인공지능(AI) 기반 SCB를 도입하고, 올 하반기부터 은행권을 중심으로 시범운영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번 모형 제도는 기존의 대표자 개인 신용 중심에서 평가에서 벗어나 사업 자체의 경쟁력과 성장성을 반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소상공인 금융 현실…“대출은 어려워지고 부담은 커져”

 

국내 소상공인은 약 790만개, 종사자는 1090만명으로 내수 경제의 핵심 기반이지만, 최근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이들이 체감하는 경영환경은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소상공인 금융실태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72.4%가 자금 사정 악화를 예상했고, 주요 애로로 금융비용을 꼽았다. 

 

대출 환경 역시 녹록지 않다.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1000조원을 넘어섰고, 연체율 또한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특히 개인사업자 대출의 약 90%가 담보나 보증에 의존하고 있어 담보 여력이 부족한 소상공인은 금융 이용 자체가 어려운 구조가 굳어져 있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도 2022년 0.69%에서 지난해 1.76%로 상승하는 등 부담이 커지고 있다.

SCB모형 개발·구성. 금융위 제공
SCB모형 개발·구성. 금융위 제공

◆기존 신용평가 한계…“사업 아닌 개인만 본다”

 

이런 문제의 원인으로는 기존 신용평가 방식의 한계가 지적된다. 현재 신용평가는 대표자 개인의 금융 이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사업의 실제 성과나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 정보와 금융 정보가 평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오랜 기간 성실히 사업을 운영해온 소상공인조차 낮은 평가를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SCB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신용정보원과 NICE평가정보가 공동으로 개발했고,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구축·검증 작업이 진행됐다.

 

이 모형은 기존 신용등급에 더해 사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는 ‘성장등급(S)’을 결합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성장등급은 업종 특성을 반영해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기타 서비스업, 기술업종 등 4개 분야로 나눠 평가된다. 업종별로 매출 수준과 성장률, 상권 내 위치, 사업 지속성, 경기 변동에 대한 회복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10단계 등급을 산출한다.

 

◆AI 기반 SCB 도입…성장성까지 반영

 

평가방식은 크게 계량모형과 비계량모형으로 구성된다. 계량모형은 매출, 업력, 근로자 수 등 약 40여 개의 변수를 활용해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성장 가능성을 예측한다. 여기에 비계량모형을 통해 사업자의 역량, 서비스 차별성, 브랜드 인지도, 온라인 평판, 지식재산권 보유 등 정성적 요소를 반영해 가점을 부여한다.

 

SCB는 올 하반기에 일부 은행이 참여하는 시범운영이 시작되며, 약 1조 8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대출에 해당 모형이 적용될 예정이다. 내년 시범운영 결과를 토대로 모형을 보완하고, 금융회사별 특성에 맞는 평가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2028년부터는 전 금융권으로 확대 적용이 추진된다. 

 

금융당국은 SCB를 통해 약 70만명의 소상공인이 추가적인 금융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존에는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이 어려웠던 소상공인 가운데 상당수가 성장성을 인정받아 금융 접근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간 10조원 이상의 신규 및 추가 대출 공급이 가능해지고, 금리 인하 효과도 수백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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