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에서 혼자 사는 33세 직장인 A씨는 예전에는 밖에서 저녁을 해결했지만, 이제는 직접 장을 봐 음식을 준비하고 반려견 루이를 산책시킨 뒤 집안을 정리한다. A씨는 “1인 가구가 되면서 스스로 챙겨야 할 집안일이 늘었고, 반려동물을 돌보는 시간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육아와 노인 돌봄, 요리와 빨래, 청소 등의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가 58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경제규모의 약 4분의 1에 달한다. 1인당 환산하면 연 1125만원 수준이다. 특히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남성의 가사 참여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국가데이터처가 29일 발표한 ‘2024년 가계생산위성계정 결과’에 따르면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는 582조4000억원으로 2019년(485조5000억원)보다 20.0%(약 96조9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2.8%에 달하는 규모다.
다만 명목 GDP 대비 비중은 22.8%로 5년 전(23.8%)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배달 음식이나 가전제품 등 시장 서비스 이용이 늘면서 실제 가사노동 시간(1일 평균 132분, 5분 감소)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사노동 가치는 청소·식사 준비 등을 포함한 가정관리가 459조5000억원으로 가장 컸고, 가족 및 가구원 돌보기(113조6000억원), 자원봉사 및 참여활동(9조3000억원)이 뒤를 이었다. 특히 반려동물·식물 돌보기(60.4%), 청소 및 정리(30.2%), 음식 준비(27.0%) 등 가정관리 활동의 증가율이 높았다.
성별로는 여자가 1646만원으로 남자(605만원)보다 2.7배 많았다. 하지만 변화의 속도는 남자가 빨랐다. 남성의 가사노동 가치 증가율은 35.3%로 여성(15.2%)을 크게 앞질렀다. 전체 가사노동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5년 전보다 3.0%포인트 상승했다.
혼인 상태별로는 기혼자의 가사노동액이 511조8000억원으로 미혼자(70조6000억원)와는 압도적인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증가율 측면에서는 1인 가구 확산에 따른 미혼층의 가사 비중이 늘면서 미혼자(56.0%)가 기혼자(16.3%)를 크게 앞섰다.
1인 가구(78조9450억원)의 가사노동 가치는 5년 전 대비 66.2%나 급증했다. 2인 가구(136조6570억원) 역시 40.9%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4인 가구(147조4390억원)는 1.6% 증가에 그쳤고, 5인 이상 가구는 11.3% 감소했다.
한편 가계생산위성계정은 GDP에 포함되지 않는 무급 가사노동을 화폐 가치로 평가해 국가 경제 활동의 실제 규모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가데이터처가 2018년 최초 개발 후 5년 주기로 공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