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 경제적 가치 582조원…1인당 ‘연 1125만원’

임경은 국가데이터처 경제통계기획과장이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가계생산 위성계정을 발표하고 있다. 가계생산위성계정은 GDP에 포함되지 않는 무급 가사노동을 화폐가치로 평가해 국가 경제활동의 실질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작성된다. 뉴시스
임경은 국가데이터처 경제통계기획과장이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가계생산 위성계정을 발표하고 있다. 가계생산위성계정은 GDP에 포함되지 않는 무급 가사노동을 화폐가치로 평가해 국가 경제활동의 실질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작성된다. 뉴시스

 

 

#서울 영등포구에서 혼자 사는 33세 직장인 A씨는 예전에는 밖에서 저녁을 해결했지만, 이제는 직접 장을 봐 음식을 준비하고 반려견 루이를 산책시킨 뒤 집안을 정리한다. A씨는 “1인 가구가 되면서 스스로 챙겨야 할 집안일이 늘었고, 반려동물을 돌보는 시간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육아와 노인 돌봄, 요리와 빨래, 청소 등의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가 58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경제규모의 약 4분의 1에 달한다. 1인당 환산하면 연 1125만원 수준이다. 특히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남성의 가사 참여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국가데이터처가 29일 발표한 ‘2024년 가계생산위성계정 결과’에 따르면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는 582조4000억원으로 2019년(485조5000억원)보다 20.0%(약 96조9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2.8%에 달하는 규모다.

 

다만 명목 GDP 대비 비중은 22.8%로 5년 전(23.8%)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배달 음식이나 가전제품 등 시장 서비스 이용이 늘면서 실제 가사노동 시간(1일 평균 132분, 5분 감소)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사노동 가치는 청소·식사 준비 등을 포함한 가정관리가 459조5000억원으로 가장 컸고, 가족 및 가구원 돌보기(113조6000억원), 자원봉사 및 참여활동(9조3000억원)이 뒤를 이었다. 특히 반려동물·식물 돌보기(60.4%), 청소 및 정리(30.2%), 음식 준비(27.0%) 등 가정관리 활동의 증가율이 높았다.

 

성별로는 여자가 1646만원으로 남자(605만원)보다 2.7배 많았다. 하지만 변화의 속도는 남자가 빨랐다. 남성의 가사노동 가치 증가율은 35.3%로 여성(15.2%)을 크게 앞질렀다. 전체 가사노동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5년 전보다 3.0%포인트 상승했다.

 

혼인 상태별로는 기혼자의 가사노동액이 511조8000억원으로 미혼자(70조6000억원)와는 압도적인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증가율 측면에서는 1인 가구 확산에 따른 미혼층의 가사 비중이 늘면서 미혼자(56.0%)가 기혼자(16.3%)를 크게 앞섰다.

 

1인 가구(78조9450억원)의 가사노동 가치는 5년 전 대비 66.2%나 급증했다. 2인 가구(136조6570억원) 역시 40.9%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4인 가구(147조4390억원)는 1.6% 증가에 그쳤고, 5인 이상 가구는 11.3% 감소했다.

 

한편 가계생산위성계정은 GDP에 포함되지 않는 무급 가사노동을 화폐 가치로 평가해 국가 경제 활동의 실제 규모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가데이터처가 2018년 최초 개발 후 5년 주기로 공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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