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가 4년 만에 부활하는 가운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부동산 시장을 두고 상승론과 하락론이 엇갈리고 있다. 세 부담 확대를 우려한 다주택자들의 급매 소진과 공사비용 상승 등으로 인한 공급 부족이 맞물려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과 정부가 지방선거 이후에도 부동산 안정화를 위한 세금 제도 개편 등으로 현재 집값 안정세 분위기를 유지할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7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5월 첫째 주(5월4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평균 0.15% 상승했다. 부동산원은 “국지적으로 관망세를 보이는 지역과 대단지 및 역세권 위주로 매수 문의가 꾸준하고 상승 거래가 발생하는 지역이 혼재하는 가운데 서울 전체적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거래가 아닌, 호가 위주의 매매가격 반영이라는 점에서 상승과 하락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는 2021년 문재인 정부에서 완성됐지만 윤석열 정부가 집권한 뒤 2022년 5월부터 매년 시행을 유예해왔다. 정부는 정책 신뢰도 제고와 과세 체계 정상화를 위해 당초 예정된 유예 종료 시점에 맞춰 중과세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조정대상지역의 내 집을 팔 때 기본세율 6∼45%에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자 이상 소유자는 30%포인트를 높여 적용한다. 지방소득세 10%까지 적용하면 3주택 이상 소유자의 실효세율은 최고 82.5%까지 높아진다.
다만 이번 조치가 다주택자에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만큼 향후 시장 흐름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에서는 서울 등 주요 지역에 매입여력이 있는 실수요자의 경우 매입이 유리해진다”며 “물가, 유가, 환율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적어도 집값이 쉽게 빠지진 않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올해 초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 공개 이후주요 지역 매물이 급등했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해당 시기가 봄 이사철을 앞둔 시기였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개편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 연구위원은 “왜 서울 집값이 오르는지에 대한 넓은 시각보다는 고가주택 절세라는 단면만 본 것 같아 아쉽다”며 “1주택자에 대한 장특공제 변화는 시장거래를 장기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양도세가 더해져 새집으로 이사할 때 비용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게 되고 이는 단순히 유예기간을 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예 종료가 곧바로 상승장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오는 9일 이후 매물 잠김으로 집값이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정부도 선을 긋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매물 잠김으로 주택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란 우려에 대해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수요 대책과 세제에 대한 입장이 시장에 어느 정도 전달돼 상승폭은 완만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락론의 근거도 여기에 맞닿아 있다. 세 부담 확대로 매물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대출 규제와 여전히 높은 대출금리 부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를 받아줄 매수세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집값 상승 기대가 약해진 데다 매수자들은 가격 조정 가능성과 정책 변수를 지켜보며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경우 유예 종료 이후 시장은 가격 상승보다 거래 위축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서울 일부 선호 지역과 달리 외곽·수도권 비핵심 지역은 매수세가 상대적으로 약해 가격 회복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매도자는 호가를 쉽게 낮추지 않고 매수자는 급매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예 종료 이후 급매물이 줄어들어도 시장 전체가 상승세로 전환하기보다는 거래량이 줄고 가격 조정이 길어지는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전세와 월세 부담도 변수다. 전세가격 상승은 매매 수요를 자극할 수 있지만 반대로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키워 매수 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실제 올해 1분기 서울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 비중은 70%를 넘겼고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도 절반을 웃돌았다. 최근 서울 외곽에서도 고액 월세 계약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집값 상승의 신호라기보다 매매 진입이 어려워진 실수요자가 임대차 시장에 머무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전세 불안이 매매 전환으로 이어지려면 대출 여건과 소득 여력이 함께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화연·정희원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