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1만원 벌어도130원 쓴다…韓, '자산 효과' 저조

코스피가 종가기준 사상 최고치로 마감한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7384.56)보다 105.49포인트(1.43%) 오른 7490.05에 거래를 마쳤다. 뉴시스
코스피가 종가기준 사상 최고치로 마감한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7384.56)보다 105.49포인트(1.43%) 오른 7490.05에 거래를 마쳤다. 뉴시스

한국은행이 우리나라에서 주식 투자를 통해 1만원을 벌더라도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금액은 130원에 불과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이는 주가 상승이 가계 소비를 부양하는 이른바 ‘자산 효과’가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임을 보여준다.

 

한은이 7일 발표한 ‘한국 주식 자산 효과에 대한 평가’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4년까지의 가계 패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내 가계의 주식 자산 효과는 약 1.3%로 추산됐다. 주식 가치가 1만원 상승할 때 소비는 130원 증가하는 데 그친 것이다. 이는 미국과 프랑스(3.2%), 독일(3.8%) 등 서구권은 물론 일본(2.2%)과 비교해도 매우 낮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낮은 자산 효과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부동산 쏠림 현상’을 꼽았다. 주식 투자로 수익이 발생했을 때 이를 소비재 구매에 쓰기보다는 부동산 매입 자금으로 전환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특히 무주택 가계의 경우 주식 투자 이익의 무려 70%가 부동산 자산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주식 수익률을 상회해온 경험이 ‘주식은 부동산을 사기 위한 징검다리’라는 투자 행태를 고착화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유 자산 구조의 불균형과 주식 시장에 대한 불신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2024년 기준 한국 가계의 가처분 소득 대비 주식 자산 비중은 77%로, 미국(256%)이나 유럽 주요국 평균(184%)을 크게 밑돌았다. 여기에 더해 주식 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상대적으로 낮은 기대수익률은 가계가 주식 이익을 지속적인 소득이 아닌 일시적인 ‘횡재’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2011~2024년 중 한국 주식의 월평균 기대수익률은 미국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했던 반면, 변동성은 오히려 10%가량 높았다.

 

주식 자산이 고소득·고자산층에 편중된 구조적 한계도 있다. 한은에 따르면 전체 주식 자산의 73.2%가 자산 상위 20% 계층에 집중됐다. 이미 소비 여력이 충분한 계층이 주식 자산을 독식하고 있어 주가가 올라도 추가적인 소비 증대 효과가 미미했던 셈이다. 

 

다만 한은은 최근 시장 변화에 주목했다. 최근 인공지능(AI) 열풍과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7000선을 돌파하는 등 강세장이 이어지면서 주식 투자 저변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말 612만명이던 개인투자자 수는 지난해 말 1442만명으로 2배 넘게 급증했다.

 

특히 새롭게 유입된 청년층과 중·저소득층은 자산 상위층보다 소비 성향이 높기 때문에, 향후 주가 상승이 실물 경제를 견인하는 자산 효과가 과거보다 강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가계 자본이득이 부동산으로만 쏠리지 않도록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한편, 주식 시장이 가계의 안정적인 자산 형성 기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투자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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